<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왜 하필 익산떡에게 그런 엄청난 일들이…

추석 연휴가 끝났다. 회사에 출근했다. 하루종일 익산떡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익산떡 오지 않았다. 저녁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을 살펴봤다. 포장은 꽁꽁 묶인 채 펼쳐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익산떡 바깥양반의 흰색 승합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모양이다, 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워낙 엄청난 일이다 보니….

다음날도 익산떡은 사무실에 올라오지 않았다. 저녁, 화자 약속이 있었다. 채 길레스토랑 문이 열리기 전에 약속장소로 가야만 했다. 나가면서 보니 길레스토랑은 여전히 닫힌 채였다.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다음날 오후가 되었다. 틈이 날 때마다 길레스토랑 쪽을 주시했다. 드디어 익산떡 모습을 드러냈다. 늦은 5시가 넘어서자 길레스토랑의 포장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익산떡 모습이 언뜻 언뜻 들어왔다. 바깥양반의 승합차는 보이지 않았다. 바깥양반도 보이지 않았다.

업무시간이 끝나고 바로 길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아따, 그렇지 않아도 내가 올라가 볼 생각이었는디…."

염려했던 것보다 씩씩한 목소리. 다행이었다. 신문사에 들러볼 생각이었는데, 늦게 나와 서둘러 길레스토랑 문을 열다보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주문했다. 안주를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익산떡의 표정을 살폈다. 마치 내가 무슨 죄라도 지은 것 마냥…. 그런데 의외로 밝았다. 하지만 얼굴 한쪽에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감추진 못했다.

막걸리가 나왔다. 홍합 국물이 놓여졌다. 한 사발을 들이켰다. 그리곤 화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범인 잡혔다면서요?"
"말도 말어…참, 내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오네잉."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 게 분명했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궁금하던 차에 정읍 지역 언론들을 수소문해 몇가지 소식을 들은 터였다.

요지는 이렇다. 경찰이 범인을 잡은 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3일. 당시 경찰은 단순히 살해당한 피해자가 채무액 3600만원을 두차례에 걸쳐 빌려가 6년간 갚지 않자 피의자 김모씨가 앙심을 품고 집으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고만 발표했다. 피의자 김씨가 지난 2001년 00증권사 객장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 권씨에게 주식투자비 명목으로 3,600만원을 빌려준 후 수차례에 걸쳐 상환할 것을 요구했는데 피해자가 “법대로 처리하라”고 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순전히 피의자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었다. 언론들도 경찰의 발표를 근거로 단순 채무관계에 의한 살인 사건으로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 엄청난 또다른 사건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익산떡이 분노한 이유이기도 했다.

피의자 김씨가 3600만원이라는 돈을 숨진 권씨에게 빌려 준 건 맞다. 하지만 그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이같은 사실은 범인을 잡은 경찰을 통해 알려진 게 아니다. 바로 피해자 가족인 익산떡과 그 바깥양반에 의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익산떡과 바깥양반은 사건발생 나흘이 지난 추석(25일), 장례식에 사용할 영정사진을 구하기 위해 피해자의 집에 들렀다. 그리고 집 안을 뒤지던 중 놀라운 문건들을 발견한다. 피의자 김씨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건들이었다.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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