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의 사진으로 보는 세상>




얼마 전 한국무속학회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개최한
‘2012년 <바다.삶.무속>’이라는 주제의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섬과 연안 주민들에게 바다는 생계를 위한 삶의 터전이지만
외부인에게 바다는 단순한 완상의 대상이거나 휴양과 식도락을 위해 찾는 장소에 불과합니다.
어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와 조류의 흐름 및 주기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신앙 형태 역시 내륙지역보다 다양한 편이라고 합니다.

특히 수사자(水死者)를 위한 의례로 혼건지기굿, 무혼굿, 수륙재, 유왕제 등이 있습니다.
혼건지기굿과 모혼굿 등은 수사자의 영혼을 건져 올려 천도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에게 물에 빠진 자의 영혼을 청해서 모신 후에 그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서 천도시키는 절차들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안 앞 톱머리 해변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학술회의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려면
어떤 사진 기법이 좋을 것인가 궁리하다가
반사망원렌즈를 사용해서 도넛 형태의 보케를 만들어
마치 수사자들의 죽은 영혼의 눈망울처럼 표현해보았습니다.
김훈의 장편 소설 <흑산>에 이런 글이 있어서 옮깁니다. (87쪽)

“섬사람들은 물가에 밀려와 바위를 끌어안고 모래 바닥을 핥는 물결을 바다에서 죽은 사내들의 넋이라고 여겼다. 넋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먼 바다를 건너와서 살던 마을의 가장자리에 매달리고 그 물가를 핥아먹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고기를 많이 잡아서 돌아오는 저녁에 사내들은 뱃전을 두들기며 노래했다.
넋이야 넋이야 넋이로구나 / 밥이야 밥이야 밥이로구나 / 고기야 고기야 고기로구나 / 저 물결은 뉘 넋이며 저 고기는 뉘 밥이냐 / 넋이야 넋이야 넋이로구나 / 밥이야 밥이야 밥이로구나.”



<고홍석님은 전북대 교수이며, 포토아카데미(http://cafe.daum.net/photoac)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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