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잘 아시다시피 동학농민군들은 이 땅의 자유와 민주, 그리고 나라를 침략해 온 일본군을 몰아내고자 의롭게 떨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상징하는 황토현에 친일파 정도가 아니라 일본놈 보다 더 지독한 일본놈 행세를 한 박정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신독재정권의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결국 박정희는 자신의 부하의 총에 숨지게 되었고, 이때를 기화로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 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실권을 잡은 전두환 일당은 1980년 5.18 광주 민중항쟁을 압살시킨 후 이듬해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되살아나는 민주화의 싹을 군화발로 짓밟아 버렸지요. 이른바 피의 제 5공화국이 출범한 것입니다.

1981년 2월 전두환은 영광 원자력발전소 기공식 참석 후 정읍군청을 방문해 군청2층에서 가진 및 유지 간담회에서 “전봉준은 훌륭한 군인이고 애국선열이다. 우리와 같은 전씨이기도 하고”라고 언급하면서 황토현을 현충사 규모로 성역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지시에 의해 처음 사업명칭 마저도 「 전봉준선생유적(全琫準先生遺蹟)」이란 이름으로 1983년 12월부터 건립되기 시작하여 황토현 동남쪽 기슭에는 황토현 기념관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기념관 내부에는 전봉준 장군의 동상과 사당, 유품을 전시한 기념관, 광장,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는데 당시 역사의식 없이 일방적으로 관에서 추진한 사업답게 문제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외삼문에(건물 입구) 들어서면 좌측에 가로 3~4m 정도 크기의 화강암으로 만든 황토현전적지정화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비문은 온통 한자로 씌어 있어 읽기도 어렵고, 뒷면에는 둥근 오석을 붙여 “전두환 대통령의 유시로 전적지를‘정화’했다”는 말에서 민주화운동 탄압과 저 끔찍한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비문 내용에는 전두환 대통령 운운하는 대목도 있는데,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탐방 온 답사객들에 의해 돌로 짓이겨져 여러 번 새로 제작했는데도 여전히 그 이름 위에는 돌로 찧은 흔적이 보입니다. 이것은 몇 백 마디의 거창한 말과 해석보다도 더 힘있는 민심의 표현으로 그 자체가 최고의 조형가치를 지닌다 할 것입니다. 저는 행여 관에서 이것을 치우지 않나 내심 걱정하고 있답니다.

내삼문을 지나 정면에 자리하고 있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봉준 선생 동상입니다. 전봉준 장군과 같은 전(全)씨여서 돈을 아낌없이 썼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조형물들로 전봉준 동상을 뒤로한 병풍처럼 둘러싼 벽면에 새겨진 농민군 부조물은 더욱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전봉준 동상은 높은 화강암 받침대 위에 청동 짙은 색으로 우뚝 서 있는데 ‘압송 당하는 전봉준’으로 알려진 사진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기에 전봉준 장군 동상 머리는 맨상투로 표현이 되어 몸체는 백산에서 격문을 낭독하는 농민군 지도자고 머리는 죄수가 된 꼴입니다.

차라리 시대의 아픔을 농민들과 함께 한 전봉준 장군의 모습과 농민군의 군상을 조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그 뒤에 배치한 부조물을 보면 차라리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부조된 농민군 모습 어디에도 죽창과 농기구를 무기로 들고 목숨걸고 싸움터로 나가는 비장한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먹기는 얼마나 잘먹어서 그리도 포동포동한지… 꼭 도시락 싸들고 소풍가는 행렬과 다를 바 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동상 받침대 뒤쪽에는 시행청이 ‘전라북도’이고, 조각한 사람이 김경승(金景承)이며, 1987년 10월 1일 완공했음을 알려주는 까만 표지판이 붙어 있답니다. 김경승에 대해 박준성(역사학연구소 연구원)씨는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1915년에 태어나 1992년에 죽은 김경승은 동상제작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1939년 동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하고,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몇 차례 입선 특선을 하면서 총독상, 창덕궁상을 받는 기예를 떨쳤다. 홍익대,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으며 오랫동안 국전심사 위원에 심사위원장까지 거쳤다. 그의 경력에 걸맞게 그가 만든 동상의 주인공들도 손꼽히는 위인들이었다. 김유신 장군상, 세종대왕 동상, 이충무공 동상, 안중근 의사상, 김구 선생상, 안창호 선생 동상을 만들었으며, 4월 혁명 때 무너진 이승만 동상,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 친일 행적이 있는 고려대 김성수 동상과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도 그의 작품이다.”

다음호에 계속

[편집자] 이 글은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이신 조광환 선생님(전북 학산여중)이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동학혁명이야기입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란 생각에서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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