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신바보회’ 결성 조헌정 목사-1

“전태일 정신 되살려야” 43년만에 신바보회로 부활
뚫리지 않는 사회구조 뚫고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
‘이소선 여사의 부재’ 사회적 의미에 있어 ‘부활’로 드러나
‘전태일 분신’이라는 무거움 탈피, 재미있고 명랑하게 진행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영화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영화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최근 ‘신(新)바보회’ 결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헌정 목사(전태일재단 이사장, 향린교회 담임목사)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신바보회’는 전태일정신을 오늘의 시대에 되살리는 연대운동이라는 의미를 담아 과거 전태일 열사가 43년 전 조직했던 ‘바보회’를 재결성한 것이다. 전태일의 삶과 죽음에 깃든 정신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조 목사는 “그동안 전태일재단이 ‘소수 후원자들의 후원’이라는 한계 탓에 사실상 특별한 일을 행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권익운동으로 대체돼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못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40주기를 치르면서 재단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민들이 전태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전태일재단이 소홀했던 전태일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뜻을 가지고 신바보회 활동을 시작하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현 정권에 반대해 의도적으로 조직한 것은 아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도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였고 경제시스템이 있다 보니 박정희 시대 때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다”며 “지금은 1%가 아니라 0.1%가 99.9%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 그런 거대한 불평등 구조에 대항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함께 연대해서 서로의 뜻을 나누는 가운데 변혁의 단초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헌정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43년 전 전태일이 조직했던 ‘바보회’, 어떤 모임이었나.
▲ 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친구들과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탄원도 받지도 않았고 더구나 사업주로부터 핍박 받아서 한풀 꺾이게 된다. 그런 좌절들을 거듭하다 결성하게 된 게 바보회다. 안 되는 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일을 하는 모임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건 패배적인 발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뚫리지 않는 사회구조를 뚫고 나갈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 하버드대 신학과의 유명한 교수인 하비 콕스가 쓴 책 ‘바보제’가 출간되기도 했다. ‘바보제’는 ‘예수의 활동이 일종의 될 수 없는 일,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마냥 했던 일’이라고 쓴 책이다. 물론 전태일이 읽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 당시 유행했던 신학책이고 전태일도 교회를 다녔으니까 이 책을 알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런 예수의 사회적 변혁을 향한 꿈들을 표현하기 위한 게 바보회의 취지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바보회는 굉장히 특이한 조직이었다. 오히려 배운 사람들이 스스로 바보라고 하는 것은 쉽지만, 배우지 못한 조직이 그런 언어로 조직명을 정한 것은 흔치 않다. 투철한 철학이 없는 한 심리적으로 위축돼 만들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러니 자신들의 길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 지금에 와서 ‘신바보회’를 결성하게 된 까닭은.
▲ 일종의 바보회 운동이라는 것은 전태일 정신을 오늘의 시대에서 되살려보자는 연대운동이다. 전태일의 삶과 죽음에 깃든 정신을 기억하자는 의미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노동 혹은 노동자라는 사회적 현실은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현실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이라는 이 고귀한 가치를 두고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인간이 다 노동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상금을 건 몽타주 밑에 ‘노동자 풍’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는 현실이다. 노동자를 범죄형으로 보는 이런 인식들은 전태일이 살던 시대적 상황과 차이가 없다. 이런 노동자들이 아직 우리사회에 많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들, 청년 등 억압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울분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태일재단이 ‘소수 후원자들의 후원’이라는 한계 탓에 사실상 특별한 일을 행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권익운동으로 대체돼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못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40주기를 치르면서 재단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민들이 전태일에 대해 애정을 가진 것을 느꼈다. 그동안 재단이 소홀했던 전태일의 의미를 되살리자는 뜻을 가지고 신바보회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 대중과 시민사회의 호응도는. 
▲ 단순히 우리 안에서만 행해지는 게 아니다. 그동안 전태일 운동에 뜻을 함께 하고자 했던 여러 계층들이 모여 몇 차례 논의를 해왔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들은 뒤 이 일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실 전태일이 가졌던 생각이 연대 아니었나. 삼동친목회, 바보회 등은 연대정신이 있었는데, 요즘은 운동이 세분화 되면서 연대정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치고 전태일의 영향을 안 받은 사람이 없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식인, 정치인들에게 전태일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 민주통합당, 새누리당과도 연대가 가능한가.
▲ 가능하다. 알다시피 김문수, 손학규, 한명숙 등은 모두 노동운동권 출신이다. 따라서 전태일을 중심으로 서로 소통을 한다면 각자의 정치적 색깔도 벗어던질 수 있지 않겠는가. 전태일정신을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정치적 색깔은 탈피하려고 한다. 물론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 얼마 전 돌아가신 이소선 여사의 부재, 일정부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 상당히 크다. 하지만 예수의 죽음을 떠올려보자. 예수가 처형당한 이후 제자들은 모든 게 끝났다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어떻게 되었나. 스승을 대신하도록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자기각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부활이라는 것으로 드러난다. 단순히 종교적 의미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이 여사의 부재는 사회적 의미에 있어 ‘부활’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에수가 부활해서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했다. 처음 운동했던 현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선 여사의 투철한 삶의 모습들도 우리 앞에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운동의 시작인 평화시장으로 다시 돌아가 소외된 이들을 위해 운동을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이 없다. 빵 좀 더 먹는 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소외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문제다. 인생에 대한 기쁨을 가지고 못하고 있다. 수십년 전에 비하면 부유해졌지만 한편으론 점점 더 비인간화되고 있다. 전태일이 바란 것도 월급 몇 푼 올려달라는 게 아니었다. 노조를 가짐으로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 전태일이 활동할 당시와 현재의 시대상황은 다르다. 과거처럼 결집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일 텐데. 
▲ 일단은 노동운동이 일반시민들로부터 멀어졌다. 언론의 장난, 재벌의 장난으로 노동운동권이 일정부분 극렬주의자로 몰린 점도 있다. 노동자들을 반사회적 인물로 몰아버렸다. 수십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당하는 상황인데, 이런 현실 속에서 노동운동이라는 게 너무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노조가 개입하면 사업주와 노동자의 대결현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바보회라는 새로운 운동을 통해 발현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노동운동을 하되 사업주와의 대결이 아니라, 우리사회 안에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폭넓은 인간성 회복의 운동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이 운동을 밝고 명랑하게 진행하고자 한다. 전태일을 현재로 불러내는 사업에 있어 전태일 자신을 불태웠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무겁게 느껴져 온 게 사실이다. 이제 이런 점을 극복해 재미있고 명랑하게 펼쳐나가려고 한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