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지음/ 바다출판사





현직 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17세기 자연 철학》이라는 책으로 한국출판문화대상까지 받은 철학자 김성환. 그는 ‘나꼼수’ 첫 방송이 나간 지 두 달 만에 처음 들었다. 경박하고 시끄러워 30분 만에 꺼버렸다. 그리고 몇 달 뒤, ‘나꼼수’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다.

2011년 4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팟캐스트 음원파일 ‘나는 꼼수다’는 순식간에 한국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김어준은 삶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정치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은 ‘나꼼수’의 거친 욕설과 깔때기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팟캐스트 방송의 영역을 넘어 그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토크 콘서트를 열었고, 국회에서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했을 때는 여의도에 10만 명의 시민을 끌어 모았다. 그들은 21세기 들어 어느 정치인도 하지 못한 열광을 일으켰다. ‘나꼼수’와 그 멤버들은 2040세대를 대변하는 기호가 되었고, 정치학자와 사회학자는 일명 ‘나꼼수 현상’을 분석하기 바빴다.

진중권이 ‘나꼼수’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비판을 했다면, 김성환은 ‘나꼼수’가 가지는 격동의 의미를 철학으로 풀어나가는 시도를 한다. 그는 책의 시작부터 분명하게 ‘편들기’를 하겠다고 밝히며 시작한다. 프랑스 대혁명을 목도한 헤겔에 비유하며 “내 눈앞에도 격동이 지나가고 있다”고 비장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업계 30년 이력으로” ‘나꼼수’야말로 한국에서 21세기 최고의 철학 텍스트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니체부터 들뢰즈까지 15명 철학자의 시각으로 ‘나꼼수’를 읽는 책이다. “자기 스트레스의 근원이 정치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김어준의 주장처럼, 이 책은 그 스트레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철학에 있음을 보여 준다. ‘나꼼수’가 웃음과 깔때기로 정치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면, 이 책을 쓴 김성환은 ‘나꼼수’를 통해 철학을 시민의 편으로 돌려주려고 한다. 철학이 세상에 얼마나 쓸모가 있는 것인지,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나꼼수’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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