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줄세우기' 반발에 공정위 등 '동반 주춤'
대기업들 '줄세우기' 반발에 공정위 등 '동반 주춤'
  • 승인 2012.05.14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영부영 ‘동반성장지수’ 발표

동반성장등급 결과 발표를 놓고 기업체간 표정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10일 대기업 56개사를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해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홈플러스, 효성, LG유플러스, STX조선해양 등 7개사에 대해 최하위 등급인 `개선`을 부여했다.
반면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기, 포스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6개사는 최우수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았다.




동반위가 내놓은 `성적표`에 업체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동반성장, 공정거래협약 실적평가`와 동반위가 자체 조사한 `체감도 조사`가 통합돼 산정됐다.

대우조선해양과 이마트, LG전자 등 20개사는 상위 2번째인 `양호` 등급을 받았다. 3번째인 `보통` 등급 명단에는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두산건설 등 23개사가 포함됐다. 양호 이상으로 평가된 기업에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우수` 등급 기업은 하도급분야 직권·서면실태조사를 1년 면제받고, `양호` 등급은 하도급분야 서면실태조사를 1년간 받지 않는다. 양호 이상 등급 기업은 공공입찰시 가점을 받고 우수 등급 기업은 모범납세자 선정시 우대를 받는다. 그러나 하위기업에 대한 별도의 불이익은 없다.

"최악이지만 미흡하지 않다?"

동반위의 실적평가는 대기업이 제출한 실적자료에 대해 현장확인을 거쳐 이뤄졌다.

동반위는 또 56개 대기업의 1·2차 협력사 명단을 토대로 총 5200여 개 사를 직접 방문해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공정거래(57점)와 협력(22점), 동반성장체제(19점), 연계지원체계(2점) 등의 항목에 걸쳐 체감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유장희 동반위원장은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성장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발표가 대기업들을 줄 세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협력기업들과 체결한 동반성장 협약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통해 기업이 약속한 동반성장 내용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파악해 사회와 국민에게 알리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동반위는 조사 대상인 56개 대기업 모두는 동반성장에 대한 CEO(최고경영자) 의지와 열의가 확고한 기업들이라면서 비록 평가결과가 `개선`으로 나왔더라도 평가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기업보다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등급을 받은 기업이더라도 동반성장이 미흡한 곳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유 위원장의 미지근한 이런 태도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악을 받으면 다른 곳보다 모자란 점이 있을 텐데 미흡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동반위는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대-중소기업 산업생태계의 경쟁력과 지속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까지 업종별 실정을 고려, 평가 지표를 보완하고 평가 대상기업을 74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상 꼴찌 `홈플러스`

한편 최저 등급이 부여된 7개 기업들은 유 위원장의 두둔에도 불구하고 실추된 이미지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흠플러스이 비판이 모아진다.

동반성장 등급이 업황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업황이 좋지 않은 6개 기업에는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진 반면 홈플러스의 경우 업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최저 등급을 받아 사실상 꼴찌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수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업계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경우 상대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없다는 이유다.

최저등급인 `개선`을 받은 기업들 중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대부분은 불황을 겪고있는 건설과 조선업종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홈플러스는 다른 6개 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도 "7개 기업이 비록 개선등급을 받았지만 건설, 조선 등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동반성장에 참여한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며 "창립이후 유례없는 성장을 계속하면서도 최하위의 개선등급을 받은 기업은 동반성장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의 경쟁업체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양호 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해도 홈플러스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자금지원 부문의 가중치가 가장 높게 평가됐는데 테스코 같은 글로벌기업은 자금지원 보다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거래물량확보, 판로개척,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평가에서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빠르게 확장한 전력도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규제를 추진하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겉은 시장주의를 표방하지만 잘라보면 빨갛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혐의업체`가 `우수 등급`

한편 동반위가 발표한 56개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 등급에 재계는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 이번 발표는 공정위의 기준보다 대폭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56개 대기업에 대한 100점 만점 기준의 원점수를 산정했으나 동반위의 요청에 의해 4개 등급 분류로 선회했다.

공정위 기준으로 우수 등급에 해당하려면 점수가 90점을 넘어야 한다. 양호 등급은 85점 이상이 해당한다. 하지만 점수 방식이 아닌 등급 방식이 채택되면서 기준에 못미치는 기업들의 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는 정량평가를 했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정성평가를 했는데 정성평가 설문지 특성상 대개 선택지가 중간치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공정위 기준과 맞출수가 없었다"며 "고민끝에 결국 4개 등급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동반성장지수 산정 작업과 관련해 전경련은 점수제와 순위제를 대기업들에 대한 `줄세우기`라고 강력히 반대하며 최상위 업체만 공개하자는 주장을 펴는 등 기업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동반성장위의 이번 발표는 전경련 요구를 100%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계의 요구를 들어준 셈이 됐다. 공정위 역시 원점수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재계를 방어하고 있다.

공정위가 불공정 하도급 혐의를 포착한 기업들이 동반성장지수 상위권을 차지해 동반성장 협약의 실효성에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동반성장지수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았지만 부당발주취소 혐의업체 명단에 포함됐고 LG전자 역시 동반성장지수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지만 혐의업체 포함을 피하지 못했다.

공정위와 동반위의 태도를 보면 `동반성장`의 길은 아직도 멀어보이기만 하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