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이명석 지음/ 궁리





지도 밖으로 떠날 수 없다면 ‘지도 안으로라도 떠나라’라는 모토로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를 펴냈던 박사?이명석이 그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젝트로 『도시수집가』를 펴냈다.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가 대륙, 바다, 나라와 같이 좀더 큰 차원의 지도 속 여행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한 도시라는 보다 작은 공간을 목표로 삼고 ‘수집’에 나섰다.

수많은 수집 품목 중 도시를 수집한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컬러풀 모스크바’, ‘자유의 노래를 불러라, 더블린’, ‘고양이들이 품은 도시, 도쿄’ 등 1년간 한 주에 한 도시씩 52개 도시를 수집했다. 이 세상에는 정말로 가보고 싶은 도시,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많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여유롭게 찾아다니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박사와 이명석은 짧은 시간에 그 도시의 핵심을 뽑아 둘러보는 것을 ‘도시수집’이라고 칭한 뒤, 각각의 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테마를 찾아, 그 핵심이 되는 장소를 뽑고, 그것을 한 장의 지도로 축약시켜 차곡차곡 모았다. 

이 책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52개 도시를 골라 한 장의 그림지도로 각 도시들을 개성 있게 표현한 부분으로, 두 저자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지도라는 것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쉽게 해주는 측면도 강하지만, 도시의 특징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게 해주는 역할도 크다 할 수 있다. 각 도시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들과 인물들, 예술품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도시의 얼굴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시 수집에 나설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언제나 새로운 도시를 찾아나서고, 그것을 감히 수집하는 데는 용기와 욕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작업을 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져서는 안 된다. 욕심은 내되 정확한 타깃을 세워 집중하는 것이 좋고, 용기를 내되 자신의 한계를 무리하게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한 도시를 실제로 수집하기 전에, 종이와 머리 속으로 먼저 수집한다. 찾아가고자 하는 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를 찾아내고, 그래서 꼭 가야 하는 곳을 먼저 골라낸다.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는 것. 어쩌면 이것이 가장 훌륭한 가이드일지도 모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