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날림에 담합까지, 한국 환경사의 치욕”
“부실, 날림에 담합까지, 한국 환경사의 치욕”
  • 승인 2012.05.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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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속기획> 이번엔 담합의혹…속속 드러나는 4대강 비리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제기해온 4대강 현장조사 부실의혹 등이 국책기관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어 파장이 예고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토대로 한 보고서를 통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조사업체가 환경평가를 중복 수주하면서 현지조사 일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업체는 2009년 10월 4대강 사업 7개 구간의 현장조사를 맡았지만 전국적으로 300㎞ 이상 떨어진 4곳을 하루 만에 조사해 보고하는 등 사실상 불가능한 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입찰 담합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사업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담합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사 20곳에 최근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란 조사를 맡은 공정위 심사관이 사안에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업체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송하는 조사 결과다.
 

“현지조사 않고 평가서 작성 했을 수도”

그간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온 4대강 사업의 현장조사 부실의혹이 국책기관의 연구를 통해서도 제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9~2010년 환경영향평가보고서 1542건을 분석한 ‘환경영향평가 조사업체의 현장조사 실태 및 문제점’을 통해 4대강 환경평가의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1542건을 분석한 결과 사업체 간 현장조사 일수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환경분야에서 총 조사일수 기준 상위 5개 조사업체(A∼E)의 경우 2년간 현장조사 일수가 각각 569일, 319일, 163일, 151일, 142일이었다. 현장조사 일수 중 다른 사업 조사기간과 중복되는 일수는 각각 191일, 118일, 15일, 24일, 16일이었다. 반면 나머지 14개 업체의 현장조사 일수는 100일 이하였다. 특히 7개 업체는 50일 이하였고, 가장 적은 업체는 12일에 불과했다. 공동조사팀 전동준 KEI 연구위원은 “상위 2개 업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장조사를 수행한 것으로 돼있다”면서 “부실작성 논란까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원도의 골프장, 조력발전소, 도로 등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됐던 멸종위기종 등 법적보호종이 추후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업체의 경우 2009년 10월 27일∼11월 4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의 4대강사업 7개 구간의 현장조사를 맡았다. 10월 30일에는 전국적으로 서로 300㎞ 떨어진 4곳에서 동시에 동식물상 현장조사를 했다. 특히 10월 29일부터 5일간에는 금강구간 180㎞에 걸친 8개 공구에 대한 식물, 식생,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곤충 현황조사가 실시됐다. A업체에는 20명의 인력이 있지만 박사는 3명뿐이고 석사 8명, 학사 9명이다. 전 위원은 “석·학사들은 보조업무만 가능하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사일정”이라고 말했다.



B업체는 2009년 6월 22∼26일 경남·북 5개 개발사업의 동식물상 현장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25일에는 5개 사업지구 전체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 업체의 직원은 11명, 박사는 1명에 불과하다. 그해 10월 남한강 상류의 동식물 현황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영산강 현황도 조사하는 등 2~5개의 사업을 중복수주해서 조사한 경우도 있었다. 전 위원은 “이처럼 중복수주해서 조사했을 때는 부실조사이거나 아예 현지조사를 하지 않고 평가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환경 현황을 일부만 조사하고도 적절하게 조사한 것으로 평가서를 작성하면 이는 ‘거짓환경영향평가’로 구분하고 있다. 평가원은 환경평가 업체들의 연구원 수가 평균 ‘2.7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저가수주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조사팀 노태호 연구위원은 “학회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사업의 일부 업체 편중이 역량보다는 저가수주 관행 때문”이라며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환경청에서 대행업체를 선정토록 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누락되기도

환경부는 4대강 환경영향평가 부실 지적에 대해 “4대강 환경평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해 부실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환경평가단을 구성해 철저히 검토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조사한 수생태계건강성조사 등의 환경정보를 활용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현장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동일업체가 중복수주로 4대강 사업 환경평가 부실’ 지적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법령에서 허용되고 적법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부실과 날림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환경사에 치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4대강 환경평가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국장은 “환경부의 해명은 4대강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누락된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남한강에서 단양쑥부쟁이, 표범장지뱀 등의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낙동강에서도 멸종위기종 귀이빨대칭이 집단서식지가 누락된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멸종위기종 누락 사건은 4대강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4대강 범대위 이항진 상황실장도 “4대강 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며 “환경부가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2조 원에 달하는 사업의 환경평가 기간은 단 수개월에 불과했다”며 “예측 불가능한 자연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업에 있어 기본 원칙인 4계절 조사를 환경부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고 고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 업체는 4대강 환경영향평가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문제가 속속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감추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며 “4대강 사후환경영향평가에 시민단체와 양심적인 국내외 학자를 비롯한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봐주기 조사’ 의혹 해소되나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의혹이 끊이지 않은 4대강 사업에 대해 2년 7개월 만에 담합을 사실상 확인하고 조사를 마감했다.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사 20곳에 최근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란 조사를 맡은 공정위 심사관이 사안에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업체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송하는 조사 결과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 결과 위법성이 있다고 보여지면 심사보고서를 낸다”며 “검찰의 기소 절차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4대강 담합 조사를 모두 마쳤고 그 과정에서 위법성을 확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체에는 심사보고서와 함께 구체적인 과징금을 유추해볼 수 있는 과징금 세부산출 내역서도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체는 오는 29일까지 소명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다음달 13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담합 여부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과 관련 담합 의혹이 잇따랐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를 확인한 적은 없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09년 10월 국정감사 때로, 당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의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방식) 15개 공구의 시공업체 선정결과 낙찰률이 93.4%나 되고 도급순위 상위 11개 건설사가 독차지했다”며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이 모임을 갖고 전국 15개 공구를 ‘나눠먹기’ 했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그동안 공정위의 조사는 이렇다 할 속도를 내지 못해, 공정위가 현 정부 최대 역점 사업의 의혹을 두고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의 4대강 입찰 담합 제재 방침으로 ‘봐주기 조사’ 의혹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 공정위 위원장이 엄중 제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어느 정도의 제재가 가해질지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며 “공공부문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고 적발된 입찰담합 건에 대해서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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