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식 지음/ 은행나무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가 출간되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는 한순간의 실수로 잘나가는 컨설턴트에서 직업을 잃고 추락한 주인공이 고급 애완견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 되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내용이다.
수상자인 전민식 작가는 일용직 노동자와 대필 작가 생활을 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으며, 각종 문학상 최종심에서만 아홉 번을 떨어진 끝에 이번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작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다섯 마리의 개에게 끌려가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사진을 보고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4대 보험 등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사회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어, 현실에 발붙인 상상으로 가슴 찡한 울림을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미덕이라 일컬어지는 우직함과 성실함만으로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욕망의 모래성 반대쪽 그늘에는 생의 폭력을 묵묵히 견뎌 내며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