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1

5년간 극한의 투쟁… 전국 활동가들과 연대 반대 집회 이어와
대통령 부인도 구럼비 아름답다고 했는데…이제 아무도 못 믿어
어떤 희생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 마을공동체 회복할 것
강정이 평생직장인 주민, 이렇게 막무가내로 빼앗고 내쫓다니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조화순 목사,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박우정 민언련 이사장, 안도현?신경림 시인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인 강정마을의 강동균 마을회장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이 본격화 되면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사실상 해군기지 찬성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한 공방도 그치지 않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과연 필요한지, 환경훼손 우려는 없는지, 안전상 우려는 없는지 등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는다.

‘대양해군’ 건설을 기치로 내건 해군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 물동량의 99.7%가 통과하는 남방해상 교통로 보호, 한ㆍ중ㆍ일 해상분쟁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요충지라는 이유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을 주장한다. 예컨대 최근 중국이 자국 감시선의 순찰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이어도의 경우 현재 해군작전사령부가 위치한 부산에서 480㎞ 떨어져 있어 함정으로 21시간 30분(12노트 기준)이 소요된다. 반면 중국 상하이와 이어도의 거리는 327㎞에 불과해 유사시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도와 173㎞ 거리인 제주 남단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출동시간이 7시간50분으로 단축된다고 해군은 주장한다.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해군이 서해 5도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현존 위협을 강조하면서 제주에 기지를 만들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제주해군기지에 유사시 미 7함대가 주둔할 수 있어 미-중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기지화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군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5년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왔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전국에서 몰려온 활동가들과 연대하며 반대 집회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집회 금지 통보를 내리는가 하면 우근민 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애초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잠깐 해군함이 들리는 기항지라고 했다가 2007년 국회 예산 심의 당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바뀐 것이고 국회도 예산을 통과시켜주면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도록 부대조건을 달았다. 그 허구성이 드러났는데도 해군과 정부는 계속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지금 규모와 설계, 주변 입지 조건으로는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항으로 건설할 수 없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며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해군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주민들은 정부와 제주도 당국, 그리고 해군과 경찰을 다시 보게 됐다. 거짓말만 늘어놓고 우리 주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됐다. 그들 모두가 우리 주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 부인이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 이 코스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소개해놓고, 이제 와서 그걸 다 부셔버리고 해군기지를 세운다고 하니 이게 이치에 맞는 행동인가. 주민들은 이제 정부도 해군도 경찰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강 회장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알리고 정말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한지 부터 따지는 공청회가 필요하다. 그런 후에 모든 사업들이 주민 동의하에 이뤄져야한다”며 “일부에서 우리의 싸움을 보고 종북좌파로까지 매도하는데 우리 주민들은 대한민국을 아주 사랑한다. 평화와 자연을, 세계 속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다만 우리는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고 말하고 대국민사기극을 중단시키기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동균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현재 경찰은 집회를 통제하고 있다.
▲ 특정 지역을 빼면 매일 매일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 기존에는 집회 신고를 하면 24일 동안 연속집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는데, 서귀포의 경우만 보더라도 매일매일 집회신고를 하라고 한다. 신고를 한다고 무조건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장소를 봐가며 허용한다. 번거롭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만약 집회를 전면 허용 않더라도 우리들은 할 것이다. 원래 집회란,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는가.

- 현재 마을 분위기는 어떤가.
▲ 해군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주민들은 정부와 제주도 당국, 그리고 해군과 경찰을 다시 보게 됐다. 거짓말만 늘어놓고 우리 주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됐다. 그들 모두가 우리 주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주민들은 이제 정부도 해군도 경찰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 지금까지 투쟁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실제 이렇게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마을이 산산이 갈라졌다. 사촌끼리도 등을 돌리게 되고 200여 개 있던 친목단체도 조각나 마을공동체가 파괴됐다. 불법공사를 강행하면서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야 할 군경 등이 잘못된 것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공공의 적’처럼 대하고 주민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강정을 지키는 것이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도 회복할 것이다.
 
- 과거에 비해 관심이 높아졌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4년 여 동안은 강정마을 주민들은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런데 2011년 초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생명평화운동가 등 외부 활동가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고, 그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마을에 정착해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알리는데 힘 써왔다. 4년 여 동안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외롭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엄청난 응원군을 얻게 돼 반드시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 4.3은 제주도민 그리고 강정주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 4.3은 제주민들에게 ‘살려면 대신 죽어야 하는, 다른 누군가를 지목하게 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만행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목하게 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으로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수많은 선량한 주민들이 폭도와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죽어나갔다. 부모님이나 형제, 친구들을 잃은 고통도 말할 수 없이 크겠지만, 마음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그 비인간적인 기억은 치유가 안 되는 것이다. 4.3의 상처를 고스라니 품고 살아온 제주 땅에 또 다시 육지 경찰이 투입됐다. 주민을 폭도와 빨갱이, 종북좌파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육지 경찰병력을 동원해 주민들을 그들의 땅에서 폭력적으로 몰아낸 것에서 4.3과 강정마을이 닮았다.
비단 4.3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평생 농사를 짓거나 거주하며 살아왔다. 일종의 노동문제로 보자면,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생겼다는 말이다. 농민에게 농사는 그리고 그 땅은 평생직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빼앗고 내쫓으니 이 울분을 어디다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

- 강 회장에게 강정마을은 어떤 곳인가. 
▲ 저 역시 밀감을 재배해온 농민이다. 1년 내내 수확할 때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4년 넘게 그 일이 쉽지가 않다. 땅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고, 그 울분을 삼키며 결코 쉽게 여길 수 없는 생업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싸우는 곳에 사람들이 오래있으면 순한 사람도 공격적으로 변한다. 우리가 4년을 넘게 이렇게 힘들게 싸워오니까 마을 주민들도 점점 감정이 격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농사일에 매진해야 할 사람들이 이 해군기지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농사도 예전 같지 않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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