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지음/ 행복에너지





나희의 첫 소설집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는 인간의 삶에서 발생하는 어떤 지점들이 어쩌면 시지프스의 형벌과 비슷한 형색을 띄고 있음을 대변한다.

끊임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되풀이해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의 진짜 무서운 이유는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굴욕과 권태에 있는 것처럼, 나희의 모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불확실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사랑의 순환을 멈추지 않는다.

현실과 대립하는 주인공들의 치명적 결점과 어리석음을 우리는 쉽게 비웃지 못한다.

표제작 『그래도 돈 주는 놈이 낫다』에 이은 작품 『집을 찾아서』는 상처를 입은 인간의 내면 심리와 정신적 고통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날 것 그대로의 가식 없는 문장과 거친 호흡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존재와, 그 상처를 만들어 낸 존재와의 심리적 관계를 현실감 있게 전개했다.

작가 나희가 풀어놓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는 특유의 거친 문체와 서사로 종래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채로운 결과물을 이룬다. 작가가 설정한 이 미묘한 간극의 한 가운데에서 파생되는 감동은 특정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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