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월 2회 강제 휴무 확대 기원 플래시몹 행사

흰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를 맞춰 입고 나온 사람들 수 백명이 11일 오후 서울역과 명동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모였다. 이들은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준비한 율동을 시작했다. 티셔츠에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야"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고, 노래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을` `주말에는 데이트를` 등의 가사가 담겨 있었다. 3분 여간 율동이 끝나자 `한번 더`를 외치기도 했다.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800여명이 "남들처럼 쉬고 싶다"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날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고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 이들의 요구는 대형유통매장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주1회 정기 휴점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유통노동자건강권보호를위한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3년 전부터 이 같은 주장을 해와 지난해 11월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 의원은 "상임위에서 법안 검토도 못하고 끝났지만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못해 행사에 참석한 노동자도 있었다. 서울 시내의 한 특급호텔 면세점에서 11년째 일하는 김모(34) 씨는 근무 4년 만에 두 다리의 힘줄이 도드라지는 하지정맥류 증상이 생겨 수술까지 받았지만 지난달 재발했다. 원인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기 때문. 그는 "근무 중간에 비상구 계단에서 커피 마시며 5분 정도 쉬는 게 휴식의 전부"라며 "떳떳하게 쉬면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화점 수입화장품 매장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31)씨는 "우리도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정책실장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마트의 월 2회 강제 휴무가 백화점, 면세점 등에도 확대돼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