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이현주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1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본격 창당 움직임, 지난 3월 출범
독일처럼 2030년 정도면 탈핵 계획, 해외 녹색당들과도 연대
총선 때 노동과 비정규직 문제 정책 평가서 최고점 받기도
인간중심 아닌 생명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가치 고민해야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 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김용택?안도현?신경림 시인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재창당 준비에 한창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녹색당의 존재를 아는 국민들은 흔치 않다. 4.11 총선에서 저조한 득표율로 재창당의 길을 걷고 있는 녹색당은, ‘총선 참패’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선호하는 언론들에조차 외면 받아 왔다. 그러나 ‘녹색의 가치’, ‘녹색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녹색당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창당 운동을 통해 지난 3월 정식 출범했다. 생명이나 생태, 평화 등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는 것이라 여기고, 그 가치 중에서도 생태적 지혜와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자 한다. 

이현주 위원장은 “핵발전소는 무조건 없애야 한다.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이다. 까딱 잘못하다간 삶이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며 “현재 에너지 사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핵에너지를 계속 써야한다는 것은 핵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핵에너지에 대해 조금만 알면, 이런 에너지를 쓰자고 할 이들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대안 에너지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 에너지와 관련 이 위원장은 “현재 풍력이나 태양광 등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태양광을 설치하면 보조금을 준다”며 “다만 정부가 이쪽에다 돈을 안 쓰고 핵발전소에만 쓰고 있다. 대안이 없다는 식의 정부 얘기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핵마피아들의 농간”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정치?경제적으로는 공동체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성장주의보다는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며 부족한 사람들 간에 교류와 소통이 원활해지길 바라고 있다”며 “일자리도 나눠야 하고, 농부들도 많이 나와서 협동조합 형식을 일궈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11 총선 기간 중 녹색당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평가한 노동문제, 비정규직문제 정책 평가에 있어 최고점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당시 우리 당은 진보신당보다 높은 평점을 받았다. 녹색당이라고 해서 환경문제만 고민하는 게 아니다”며 “남북문제도 마찬가지다. 반전과 평화를 지향한다는 당의 방침을 기초로 한다면, 정책 역시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평화에 대한 고민은 근본적으로 남북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현주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 4.11 총선에서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저조했다. 그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을 것 같다.    
▲ 운영위원회를 한 차례 가졌다. 평가는 내외부적으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딱 잘라 분석할 순 없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은,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이다. 3월에 창당해 당 등록증을 3월 15일에 받았다. 그러고 나서 4월에 선거를 치렀으니 녹색당을 알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사실 녹색당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선거 당시 당원이 6000명 정도 됐다. 당원으로 가입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지지를 요청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당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기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녹색당의 가치를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분들도 있지만, 실제 선거운동이라는 게 몇몇이 움직여서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조직의 규모가 아직 작은 만큼, 바닥에 있는 당원들이 같이 움직여줘야 가능한 것이었다. 막판에 가서 녹색당은 사표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 결성되기 쉽지 않았을 텐데.
▲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주요도시 5곳을 돌아다니며 창당 운동을 펼쳤다. 당원 모집이 쉽지 않아 여러모로 힘들었다. 독일은 녹색당 만들 때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좀 달랐다. 환경단체나 풀뿌리 단체 등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면 사실 5000명 금방 모을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지길 바라고 있다. 또한 환경단체 분들이 녹색당 창당을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지도 않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입하신 분들이 있긴 하다. 환경단체에 있다가 녹색당에 올인 한 분들도 있다.

- 운영은 원활한 편인가.
▲ 탈당하신 분들도 나오고 재정적으로도 정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빚은 없이 운영되고 있다. ‘녹색당 더하기’(가칭)라는 이름으로 재창당 하기로 결의하고, 창당준비위원회에 등록했다. 조직은 재창당 전까지 운영위원장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름을 바꾸기 싫지만, 선거법 규정 때문에 바꿔야 한다. 이러한 선거법이 전두환 정권 당시 당의 난립을 막는다는 취지로 생겼다는데 실효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진보신당, 청년당 등과 마찬가지로 헌법소원을 낸 상황이다.    

- 유럽 등 외국의 경우 녹색당의 입지는 어떤가.
▲ 국가마다 다르다. 가장 앞선 곳은 독일녹색당이다. 독일녹색당은 연정으로 집권까지 했다. 정책방향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한다. 원전 정책 등을 폐기하거나 원전과 관련해 정책방향을 크게 바꾼 국가들을 보면 녹색당의 역할이 크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영향력이 크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데에도 녹색당의 역할이 컸다. 선거제도를 바꾸면서 녹색당의 의석수가 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양당구도로 돼있기 때문에 ‘이 당 아니면 저 당’ 식이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다양한 정당 의원들이 생겨날 것이고, 한 당이 권력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합의적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독일녹색당을 모범으로 삼고 벤치마킹하려 한다. 우리도 2030년 정도면 독일처럼 탈핵할 수 있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 녹색당들과도 연대를 하고 있다. ‘세계녹색당’에 정식으로 가입한 상황이다.    

-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원론적으로 논하자면.
▲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지만, 그 중에서도 생명이나 생태, 평화 등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이라 여기고, 그 가치 중에서도 생태적 지혜와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보았듯, 탈핵 문제는 당연히 생명의 문제이자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핵발전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간중심이 아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제주도의 구럼비 바위도 마찬가지다. 사실 당원 분들 중에는 채식하는 분들이 많다. 채식도 지속가능한 것이다. 육식을 통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무엇인가 결정을 하고 합의를 할 때 다수결에 의해 결정하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한다. 그래서 대의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합의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훨씬 더 좋은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다. 철학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누군가, 몇 사람에 의해 독점되지 않는다.
또한 다른 당과 달리 우리가 중앙당이라는 말을 안 쓰고 전국당이라고 쓴다. 각 지역 시?도가 핵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당을 이끈다’는 말도 적절치 않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