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대화해결 기대 불구 답보 상태"

화물연대본부(본부장 김달식, 화물연대)가 25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약 3년만에 또 한 번의 물류대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약 1만 2000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해, 비조합원들까지 파업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국가산업단지와 항만, 공항, 생필품 운송 시장에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엄정대처’를 경고하고 나섰다. 권도엽 국토부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들은 25일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전부터 요구해 왔던 사안들이었다. 심지어 2008년 정부가 노조 측에 약속했던 ‘표준운임제 도입’ 역시 지켜지지 않으면서, 화물노동자들의 삶은 아직도 과거에 멈춰서 있다.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화물노동자들은 모든 사회구조적 악법, 악습이 응축돼 있는 제도 속에 살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다단계 하청구조속에 운임을 착취당하며, 기름 값 인상에 직격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주’로 정의되는 화물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바로 ‘불법파업’ 딱지가 붙는다. 노동3권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일손을 놓으면 바로 ‘불법파업’으로 재단되는, 노동자도 개인사업주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의 삶을 가장 옥죄는 것은 ‘다단계 하청구조’다. 현재 우리나라 화물 운송시장은 대형운송사부터 알선업체, 영세운송사, 화물노동자 등을 거치는 3단계 하청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등의 대형 운송사들이 화주로부터 물량을 받아, 1차 알선업체에 넘기고, 이는 또 다시 2차 하청업체로 넘어가며, 마지막으로 화물노동자들이 물량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알선수수료에 대한 중간착취가 발생하며, 결국 화물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운임료는 처음 화주가 지불한 운임의 63%에 불과하다. 실제로 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1년 4분기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평균 수입은 189만원이지만, 알선업체를 3군데 이상 거쳐 물량을 확보하는 노동자들의 수입은 70만원 내외에 이를 정도다.

특히 중간과정에서 알선 수수료를 챙기는 중간업체들은 사무비용 이외의 지출비용 없이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지만, 화물노동자는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비 외에도, 도로비와 기름 값을 포함한 유류세의 부담까지 안게 된다.

모든 비용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 값은 그들의 생존에 직격타를 날린다. 특히 노동자들의 운임이 기름 값 인상을 따라가지 못할 때, 생존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2007년 4분기부터 2008년 2분기까지 경유가는 27% 상승한데 반해, 노동자의 운임은 오히려 2% 하락했다. 2010년 4분기부터 2012년 1분기까지 역시 경유가가 20% 상승했지만, 운임은 9% 하락했다.

유가보조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재벌 운송업체에 대한 지원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송시장 운임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글로비스, 대한통운 등의 재벌운송업체가 유가보조금만큼 삭감된 운임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호 화물연대 사무국장은 “운송사들이 운송료를 책정할 때 유가보조금 만큼 제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는 대형물류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로밖에 운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세금은 화물노동자들의 몫이다. 기름 값이 온전히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기름관련 세금이 인상될 경우 화물운송시장에서 화물노동자만이 세금을 더 지불하게 된다. 현재 화물노동자들이 구매하는 경유에 부가되는 세금은 40%가량이며, 화물노동자 1인은 수입의 약 58%에 달하는 액수를 기름관련 세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 전체가 지불한 기름 관련 세금은 2011년 기준으로 9조원에 달한다. 2011년 한국 전체 유류세 19조 2천억 원의 34%에 달하는 액수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굴레와 노예계약,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등도 화물노동자들의 삶을 어렵게 한다. 운송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위해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화물노동자 영업권을 임의로 매매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노동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320시간이지만, 월급은 정부 통계로 180만원 수준이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 수준도 되지 않는 4500원 이하의 액수다.

무엇보다 ‘현대판 노예’가 된 화물노동자들은 직종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실장은 “2008년 고유가 시대가 왔을 때,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연비가 적게 드는 차로 바꾸라고 했고, 노동자들은 1억 5000만 원이 넘는 차량을 교체해 일을 쉽게 그만 둘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화물연대가 정부 측에 요구하는 것은 ▲표준운임제 법제화 ▲운임 30% 인상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면세유 지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비롯한 화물운송관련 법제도 전면 재개정 ▲화물운송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 등이다.

이 같은 요구는 지난 2008년 총파업 당시의 요구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4년이란 시간동안, 화물노동자의 처우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당시, 1년간 시범실시 후 2009년에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의 교섭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화물연대 윤창호 사무국장은 “정부가 대화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발표해 기대했지만, 총파업 선언 4일째가 돼 가도록 정부부처 누구도 교섭 요청이 없었다”며 “오히려 빨리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 것은 우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번 주를 넘기면서 장기파업으로 가게 되면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sn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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