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군기지 찬성했던 주민들도 반대로 돌아서, 승리 확신”
“이제 해군기지 찬성했던 주민들도 반대로 돌아서, 승리 확신”
  • 승인 2012.07.05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양윤모 영화평론가-1

제주가 고향, 총 113일 단식 등 해군기지 반대투쟁 앞장
두 차례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난 무죄”
헌법정신 훼손 법치주의 절차 따르지 않은 정부가 유죄
4년간 뵙고 싶어도 뵐 수 없었던 주민들까지 촛불문화제 나서고 있어
해군아파트 건립? 해군기지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려는 수작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 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김용택?안도현?신경림 시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 윤여창 서울대 교수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2011년부터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다 기소된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해군과 강정마을 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5년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육지의 활동가들과 많은 시민들이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연대했다.

해군기지 반대 최일선에서 싸워온 양윤모 씨는 제주가 고향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자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제주에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뒤 “이것만은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반대투쟁에 몸을 던졌다. 얼마 전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레미콘 차량 밑으로 들어가 항의하다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돼 구속되기도 했다. 양 씨는 구속수감 이후 옥중에서 42일간 단식을 벌이다 지난 3월 20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1일 양 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 씨는 “저를 기소하고 선고를 내리기 전에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법치주의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공권력을 지휘해온 정부의 잘못을 먼저 규명해야한다”며 “애초 첫 단추를 잘못 낀 게 정부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로부터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군기지 문제에는 우리사회 문제의 핵심이 다 들어가 있다. 환경, 인권, 민주주의, 행정 문제가 다 개입돼 있다”며 “이 문제가 풀리면 한반도 전체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 씨는 30여년 동안 영화계 현장 평론가로 종사하면서 영화계의 민주화를 이끌어 온 1세대로 꼽힌다. 90년대 들어서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하면서 한국영화 시장을 지켜왔다. 이는 한국영화의 법적,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을 강화시켰고, 오늘날 소위 한류 붐의 토대를 마련한 운동으로 평가된다. 양 씨는 “이번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사회운동의 일환으로서 앞선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법원의 선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해에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으니 2개가 걸려있는 상태다. 지난해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올해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다. 물론 저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재판부는 검찰의 조사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정부가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법치주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던 공사라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니 저한테 죄를 선고한 정부에 오히려 죄가 있다.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2번에 걸쳐 징역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재판결과에 모두 항소했고 어디까지나 무죄라고 생각한다. 저는 평생 법과는 거리가 멀었고, 법정에 서본 적도 없는데 해군기지로 인해 꽤 많이 연행되고 구금되고 구속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저를 기소하고 선고를 내리기 전에, 공권력을 지위하는 정부의 잘못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 오랜 기간 단식농성을 했다. 
▲ 지난해 71일 올해 42일, 총 113일을 했다. 지난해엔 단식 이후 보식을 한 뒤 직접행동을 자제했다. 추슬러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또다시 단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많은 외침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무엇인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 과정에서 레미콘 밑에 들어가 공사 진행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저라고 레미콘 차량 밑에 들어가고 싸우는 걸 낙으로 생각하겠는가. 그거라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체적으로는 건강 회복이 잘 됐다. 다만 기억력에 대한 잠재적인 두려움이 남아있다. 대화나 토론할 때 입이 멈칫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지에 대한 개념화가 잘 안 된다. 언어구사력에 일정부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건강을 위한 단식이라면 괜찮은데, 사실 죽음을 각오로 한 단식이었기에 돌아온 업보인가보다.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이런 후유증을 이기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한다. 사색을 한다던가, 독서를 할 때 하나하나 곱씹어본다던가…. 또한 생활 리듬 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 제주해군기지 사태, 사회적 이슈에서 잠시 한 발 짝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 화제성이 조금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문제들도 다 마찬가지다. 한진중공업, 쌍용차, 재능교육, 용산 등 대다수 사회문제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으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정부의 언론통제가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그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자본을 동원해 시나리오까지 짜가며 통제해왔나. 약자들의 문제, 우리사회 정의에 대한 문제가 이를 누그러뜨리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줄어든 것처럼 비춰질 뿐 실제 문제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해군은 강정마을에 군인아파트(군 관사)를 건설하기 위한 사업계획 및 사전환경성 검토 초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설명회가 연일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해군아파트 건립은,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 이게 해군의 전략인 것 같다. 이런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문제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이런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처럼 보인다.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공사에 대한 현재진행형 격의 문서를 보여줌으로써 예산집행을 강제하려고 하는 의도 아니겠는가. 국회로부터 거의 전액에 가까운 예산이 깎여 해군이 쓸 수 있는 예산이 없으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주민들이 관사 건립 설명회를 막아내고, 그것을 무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 강정마을 분위기는 어떤가. 
▲ 현재 강정마을 분위기는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싸움은 이미 이기고 있는 것이다. 명분상 이겼고, 주민들의 투쟁도 단단한 반석에 올라있다. 일부 해군기지 찬성파 주민들도 반대로 돌아서고 있는 게 확연히 눈에 띈다. 최근 국방부가 강정마을의 군사기지지역화를 입법예고했다. 마을전체가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을 찬성파 주민들도 인식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전 판단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금 승리의 예감을 맛보고 있다.
제가 4년간 마을에 있으면서 뵙고 싶어도 뵐 수 없었던 어르신들도 촛불문화제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이 들은 정보를 토해내면서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분들이 이제 제주해군기지 본질에 눈 떴구나 싶다.  

- 그간 육지에서 병력이 투입되고 제주경찰청장이 바뀌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져왔다.
▲ 일차적으로 육지경찰의 폭력이 문제였다. 자기들이 폭력 휘둘러 놓고 적반하장 격으로 먼저 손을 써 새파란 부하들에게 평화활동가들이 폭력을 저지른 양 고발하게 했다. 이런 점, 언론이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게 불만이다.
어쨌든 전국에서 찾아온 평화활동가들을 두고 저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 몸을 던지시는 숭고한 분들’이라고. 엄청난 겁박에도 자기를 잡아가라고 외치신 분들이다. 그리고 천주교와 개신교 쪽의 목회자들이 거의 순교에 가까운 투쟁을 해왔다. 구속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설득해내기 위해 바깥과 교류하고 있다. 이 멈추지 않는 기도의 행렬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해외 연대도 큰 성과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외 각지에서 동시에 해군기지 건설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분들은 ‘전쟁이 없는 지구’를 희망하는 것이다. 또한 군산복합체들의 기득권 확대를 통한 국가 간의 불안을 염려하고 막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세계평화주의가 제주 강정마을에 자리 잡았다.
또한 강정 주민들의 비폭력 정신에 감동받아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공유되고 있다. 국내외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다. 형식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역대 한국사회 투쟁사에서 국내외적으로 이렇게 내용을 가지고 하나가 되는 경우는 없었지 않나 싶다. ‘비폭력, 불복종’을 기치로 내건 직접행동의 좋은 사례이며, 이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