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침탈 가능”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침탈 가능”
  • 승인 2012.07.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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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감독-1

용산참사 다룬 다큐 영화, 극장가 뜨겁게 달궈… 경찰도 단체관람 열기
“‘보고 싶다’, ‘보기 싫다’ 문제가 아니라, 봐야 하는 것… 대통령도 봐야”
“그날의 진압, 그 누구 안정도 보장 않은 터무니없는 작전”
 “용산의 문제 넘어, 한국사회 갈등의 근본 짚어내려 해”




#  김일란, 홍지유 감독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 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김용택?안도현?신경림 시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 윤여창 서울대 교수, 최승호 MBC PD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두 개의 문’(6월 21일 개봉)은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 영화의 태생적 한계상, 관객 동원이 힘든 풍토에서 ‘두 개의 문’은 개봉 8일만에 1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8일만의 1만 돌파는 ‘워낭소리’ 이후 최단기간 기록이기에 의미가 크다.

‘두 개의 문’의 흥행 요인과 미덕은 경찰특공대의 시선에서 용산참사를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다. 으레 짐작했던 철거민 인터뷰는 배제된 채, 철거민을 진압한 경찰특공대를 ‘소환’해 사태의 본질을 확장시키고 있다. 경찰특공대는 참사 현장인 남일당 빌딩에 문이 하나인지 두 개인지, 인화물질이 있는지, 망루가 몇 층인지도 모르고 투입된 사실이 영화를 통해 드러난다.     

연출은 맡은 김일란, 홍지유 감독은 “경찰특공대가 사전정보 없이 투입됐다는 점을 떠올려, 상징적인 의미로 영화 제목을 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화는 경찰청 내부에서도 단체 관람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소개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런 반응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경찰은 가장 만나고 싶었던 관객군이었다. 더 많이 보고 직접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봐야한다. ‘보고 싶다’, ‘보기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비단 용산참사에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사회 갈등의 근본을 짚어내고 싶었다는 게 두 감독의 변이다.


“예를 들면, 경찰 안에서도 소통이 안 되지 않나. 경찰과 철거민은 더 할 나위 없다. 소통이 늘 아쉽다. 더 나아가 작품의 의도를 국가와 개인, 이념과 이념의 대결구도로 확장시키려 했다면 욕심일까.”- 김일란

“국가존재의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다. 그런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탈할 수 있다는 점을 용산참사가 뚜렷이 보여줬다. 갈등해결 방식에서 보여준 태도가 극단적인 물리력 행사로 치달았다.” - 홍지유
 


두 감독을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 다음은 김일란, 홍지유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영화가 개봉과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상영관 수도 늘어났다. 현재 상영관 현황은. 
▲ 김일란(이하 김) : 처음 16개관에서 개봉해 반응이 좋아 36곳으로 늘었다. 앞으로 개봉관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개봉하기 전까진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어쩌면 16개관조차에서도 금방 간판을 내리거나, 어느새 잊혀질 수도 있는 영화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개의 문’, 무슨 뜻을 담고 있나.
▲ 홍지유(이하 홍) : 영화 속에 나오는 두 개의 문을 얘기하고 있다. 용산참사 당일, 경찰특공대가 진압작전에 앞서 사전정보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문이 하나인지 두 개인지도 모르고 투입됐다. 남일당 빌딩 안에 농성자들은 얼마나 있는지, 고령의 노약자들은 얼마나 계신지 모르고 투입된 것이다. 이렇듯 사전정보 없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제목을 정했다. 그날의 진압작전은 그 누구의 안정도 보장되지 않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작전이었나.

- 평단, 관객의 반응이 좋다. 철거민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객관적 시선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 김 : 사실 중립적이라고 평을 할 때, 좀 의아했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제작진 입장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객관적이라면 과연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것은 또 아닐 것이다. 상황 전체를 객관적으로 봤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이라고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만족스럽다. 

- 오히려 철거민들의 인터뷰 내용은 배제되고 경찰의 입장에서 사건을 대상화 했다. 경찰들의 반응도 다양할 것 같다. 
▲ 김 : 우리가 경찰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없다. 다만 인터넷을 통해 반응이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얼마전엔 기동대 40명이 단체관람 하러 갔다더라. 경찰 간부들 권유로 단체관람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적인 반응은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다.
▲ 홍 : 경찰들에게도 이 영화가 어떻게 소개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런 반응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경찰은 가장 만나고 싶었던 관객군이었다. 더 많이 보고 직접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봐야한다. ‘보고 싶다’, ‘보기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 당시 경찰로는 유일하게 목숨을 잃었던 특공대원 고 김남훈(사망 당시 31세) 경사의 유가족들 반응도 궁금하다.
▲ 김 : 유가족을 집적 뵌 적은 없다. 들리는 얘기로는, 출입문이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다는 점에서 김 씨 아버지께서 충격 받았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다. 당신이 알고 있었던 아들 죽음의 원인이 또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다보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지옥 같겠나.

- 영화에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 김 : ‘궁극의 메시지’라는 부분은, 잘 전달될는지…. 엔딩 부분에 다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다양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국가에 대해 요구하는 바가 어떤 식으로 차단되는지, 국가는 또 그 요구를 어떻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한 국민이 가지고 있는 권리,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보장돼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비단 용산참사에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사회 갈등의 근본을 짚어내고 싶었다. 예를 들면, 경찰 안에서도 소통이 안 되지 않나. 경찰과 철거민은 더 할 나위 없다. 소통이 늘 아쉽다. 이 때문에 작품 해석이 ‘불통’ 중인 국가와 개인, 이념과 이념의 대결구도로까지 확장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 홍 : 국가존재의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왔다. 그런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탈할 수 있다는 점을 용산참사가 뚜렷이 보여줬다. 갈등해결 방식에서 보여준 태도가 극단적인 물리력 행사로 치달았다.
어떤 분들은 영화를 보시면서 거창하게 국가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만, 예외의 경우에서 폭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폭력이 개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오고, 확장될 수 있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만약 철거민 입장만 공유했다면, 큰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철거민 입장과 무관하게, 국가가 내게도 그럴 수 있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졌으면 한다. 철거민 입장이 배제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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