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지음/ 학고재





김정현 가족 소설의 신화는 1996년 <아버지>에서 시작되었다. 출간 6개월 만에 무려 200만 부를 넘긴 이 소설은 경제 위기 이후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암으로 죽어가는 50대 중년 가장의 고독한 모습을 그렸다. 이후 ‘가족’은 김정현의 작품에서 줄곧 중요한 테마로 작용한다. .어머니., .가족., .맏이. 등의 소설을 통해 이 시대 가족의 의미를 묻는 ‘가족 연작’을 꾸준히 써왔다.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맏이로, 또 가족 전체로 옮겨가는 작가의 시선이 이번에는 누이로 향했다. 작가는 이 소설 .누이.에서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이어지는 세대에서 가족을 돕고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누이의 눈물겨운 노력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누이>는 어려운 시절에 가족의 발판이 되었던 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작가 김정현은 이 소설에서 누이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이유를 ‘예의의 기록’이라고 설명한다. 가족마저 돌아볼 여유가 없는 피로사회에서는 핵가족마저 극심한 해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전통 가치가 붕괴한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가족의 기억을 일깨워준다. 고통과 절망의 날들에서도 희망과 내일을 믿었기에 가족의 버팀목으로서, 정서적 지지자로서 살아온 누이. 작가는 “가슴 한구석에 구멍이 난 듯한 날에는 누이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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