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지음/ 한겨레출판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7회를 맞았다.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심사 위원들에게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우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곳곳에 기발한 유머가 배어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밥벌이의 위대함과 비애에 대해 생각했다. ‘시대의 슬픔’을 묘사할 줄 아는 작가’ 라는 평을 들으며, 25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굿바이 동물원》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뭘까?”라며 끊임없이 질문하던 그 시절, 그는 인형 눈깔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 알을 접다가,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다.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앤 대리, 조풍년 과장, 대장 만딩고를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듣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과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과거의 일을 버리고 동물원에 온 조풍년,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만딩고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그들을 통해 현대 경쟁 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때론 정감 있게 그리고 울컥하게 담아내면서, 경쾌하면서 슬픈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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