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정창현 ‘민족21’ 대표-1

2001년 평양에 특파원 파견, 남북언론교류 최초 성사
록키와 미키마우스 등장, 북.미 대화 필요성 타전한 것  
미국 방문했던 북한 대표단 30~40대 핵심인사들 대거 포함
기본적으로 스웨덴과 태국식 개혁에 중국.베트남식 접목할 것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노회찬 심상정 의원,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서울시장,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지율스님,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의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전문의,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방송인 김미화 씨,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 고은 김용택 안도현 신경림 시인, 녹색당 이현주 공동운영위원장, 윤여창 서울대 교수, 최승호 MBC PD, ‘두 개의 문’의 김일란 홍지유 감독,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 등 23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민족21’ 정창현 대표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민족21’은 통일전문지를 표방하며 통일전문 미디어기업을 목표로 2000년 설립되었다. 사업영역은 언론, 출판, 전시, 홍보, 대북사업 컨설팅이며 매달 월간 ‘민족21’을 펴내고 있다. 2001년 3월 대한민국 평양에 특파원을 파견, 남북언론교류를 최초로 성사시키기도 했다.

정창현 대표는 “남북관계를 전문적으로 11년간 다룬 건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초창기엔 주로 북쪽의 새로운 모습들을 소개하는데 치우쳤다. 지금은 동북아에서의 정세변화를 주시하고 있고, 남북관계 속에서 21세기에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현 정부 들어 방북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다. 다음 정권엔 방북취재가 허용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북한에 변화가 많았기에 새로운 얘기들을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변화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는 폭넓게 교류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미키마우스의 등장은 적극적으로 외부로 나오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타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어떤 형태의 개혁개방을 할 것인지 우리가 고민한다면, 기본적으로 스웨덴과 태국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면서 농업, 금융, 무역확대 문제들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베트남 사례들을 활용하고 접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정창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등장한 이후 록키와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등 북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분배의 문제에 있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고수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사회와 폭넓게 교류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미키마우스의 등장은 적극적으로 외부로 나오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타전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의 고전들을 활용한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들의 정서를 수용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겠는가. 사실 북한의 노래와 춤도 이미 90년대에 파격적인 흐름이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좀 더 젊은 세대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 북한 입장에서의 개혁개방과 남한을 비롯 타국가에서 규정하는 개혁개방의 개념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 분명 다르다. 우리가 인식하는 개혁개방은, 북한 입장에선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방식으로 바꾸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 고로 북한에선 이건 결국 내정간섭이고 흡수통일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개혁개방이라고 하는데 역지사지로 보면 북쪽에선 상당히 부정적일수도 있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북한에 있어 개혁개방이라는 단어는 결국 자본주의 체제이행, 북한 붕괴에 기반한 흡수통일과 동일시되고 있다. 그래서 북은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심지어 개혁개방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 우리식으로 보자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개혁개방 의사를 밝혀왔고 일정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 이제는 자본주의 국가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북한내부에 조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90년대 후반부터 자본주의경제연구원을 만들어 개혁 의지를 보였다. 아마 중국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김정일의 경우 80년대 중국의 경제특구를 다녀와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 중간에 핵실험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긴 했지만, 개혁개방이라는 기본방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가야만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내부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시점이나 그 폭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쟁을 하면서 합일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최근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엔 비교적 속도감 있게 나오고 있다.

- 최근 북한은 학자 등 경제전문가들을 캐나다로 유학보내기도 했다. 자본주의 경제를 보다 더 잘 알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물론 과거부터 유사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간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나.   
▲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나 유럽 중심으로 해서 북한 유학생들이 많이 나가고 있다. 유학생뿐만 아니라 단기연수 형태로도 나간다. 주로 자본주의 금융, 재정, 회계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서 제공하는 단기연수프로그램도 대체로 그런 측면이다.
지난해 미국에 파견됐던 경제대표단은 보름간 미국의 동부에서 서부까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본사까지 방문했다. 주목해야 할 건, 그 대표단에 북한 노동당 내각의 실무를 담당할 30~40대 핵심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 만약 북한이 개혁개방을 본격화 한다면 어떤 모델을 채택할 것 같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식, 싱가포르식, 베트남식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 90년대 후반부터 나온 얘기다. 그러나 그러한 모델들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그대로 접목되기는 어렵다. 개혁과정 중에서 일부분이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 대해서는 농업 개혁이 획기적인 생산증대로 이어진 점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며, 미국과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과정에 관심이 높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북한의 대외 무역을 확대하고 지리적 이점을 지니기 위한 동북아 창구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북한이 사실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모델은 스웨덴과 태국 모델이라고 본다. 스웨덴 모델을 단적으로 얘기한다면, 시장경제를 수용하면서도 분배문제에 있어서 사회주의식 분배를 고수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 북한은 90년대부터 연구해왔다. 김정일도 몇 차례 자신이 스웨덴 모델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태국 모델의 경우 국왕 체제다. 그래서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과정에서 장기적 입헌군주제적인 정치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이 어떤 형태의 개혁개방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기본적으로 스웨덴과 태국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면서 농업, 금융, 무역 확대 문제 등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베트남 사례들을 활용하고 접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북한 체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도 있다. 과연 당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한지, 리영호 숙청이 가지고 올 후폭풍은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2010년도 9월 북한은 당 대표자 회의를 열고 김정은 위원장 체제를 공개했다. 그 시점에 김정은 체제를 상당한 수준으로 다져놓고 공개한 것이다. 그 이후는 김정은의 색을 입히는 과정이었다. 젊기 때문에 장악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이라는 국가는 개인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 김정일이 만들어놓은 노동당 시스템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조선노동당이 흔들리지 않는 한, 누가 정치지도자로 추대 되더라도 체제 안정성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 군부는 노동당의 지도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군부의 쿠데타나 반발은 대단히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리영호 해임이라는 건, 구조적으로 보면 군부 역할이 중요했던 김정일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 비대해진 군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체제 불안정성이 아니라, 향후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로 봐야 한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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