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앙 지음/ 김양수 옮김/ 은행나무





타이완의 정치, 문화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를 발칙하게 담아낸 소설로 끊임없는 논쟁 가운데 있었던, 타이완 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인 리앙의 장편소설 《미로의 정원(迷園)》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4년의 창작 기간을 거쳐 타이완의 주요 일간지<중국시보(中國時報)>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주잉홍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아버지 주주옌 그리고 젊은 부동산 재벌 린시겅과의 관계가 1950년대 국민당 독재 시절과 1970년대 고도성장기 타이완의 모습을 배경으로, 플래시백의 기법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파격적인 성적 묘사와 젠더 의식을 지닌 정치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의 대표작이자 시작점이라 할 만한 이 소설은 주된 소재인 중국식 정원 ‘함원(?園)’을 놀랄 만한 아름다운 필치로 묘사하며 정치적, 경제적 격동기를 보낸 타이완인의 역사를 함께 엮는다. 여기에 섹슈얼리티 문제를 결합하여, 여성을 성적인 대상로만 보는 남성의 시선을 거부하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구도 자체를 탈주하려는 시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작가가 직접 서문에서 밝히듯이 그의 소설은 수수께끼 같은 정치적 함의가 풍부하여 많은 평론가와 학생들의 연구 텍스트로 선택되었고, 거리낌 없는 성적 묘사와 비전형적인 캐릭터로 인해 문단과 대중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등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는 장으로 나뉘며 각 장은 두 개의 절로 나뉜다. 두 개의 서사가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절은 주잉홍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주로 아버지에 대한), 두 번째 절은 주잉홍이 성인이 되어 린시겅을 만나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A-B라는 구조가 반복되는 형식인데, 그 두 개의 절은 대표적으로 플래시백 등을 통해서 경계가 허물어지곤 한다. 그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은 대부분 주잉홍과 린시겅의 대화가 주잉홍의 어린 시절 서사에 끼어드는 방식인데,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치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소설은 타이완의 정치와 경제의 역사를 지운다 하더라도, 작가의 말처럼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숨어 있다. 그것은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주된 서사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서사는 주잉홍이 겪는 두 가지 사랑, 즉 아버지에 대한 아릿한 사랑과 린시겅에 대한 격정적인 사랑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한 걸음 깊이 파고든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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