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때도 터지지 않았던 낙동강 제방 쑥대밭, 대형 열차사고 위험도”
“태풍 매미 때도 터지지 않았던 낙동강 제방 쑥대밭, 대형 열차사고 위험도”
  • 승인 2012.10.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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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속기획> 녹조에 홍수에, 극심한 후유증 시달리는 4대강

지난 17~18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4대강 일대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홍수예방 효과를 홍보하는 자화자찬 식 자료를 내놓아 비난을 듣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보 때문에 올 여름 홍수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준설선 방치와 하자보수 누적 등 4대강 사업의 부실한 사후 관리 정황도 도마 에 오르고 있다. 특히 친수구역 조성을 위해 인공적으로 심어진 나무와 화초 등이 1년여 만에 5500여 그루나 말라 죽은 것으로 드러나 환경오염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물 흐름 원활? 오히려 정체”

국토해양부는 지난 25일 ‘금년 태풍 내습 시 4대강 홍수 예방효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약 200년 빈도의 대규모 홍수에도 안전하도록 본류의 홍수조절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이번 태풍 내습 때 본류 홍수의 저감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산바 내습 때 낙동강 본류 주요 지점에 흐른 최대유량 기준으로 4대강 사업 전후의 하천수위를 비교한 결과, 사업 이전대비 약 3~4m가량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산바 내습 때 4대강 사업 이전과 비교해 낙동강 상류 낙동지점은 수위가 약 4.9m, 낙동강 하류 진동지점은 약 3.3m 각각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부는 본류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4대강 본류 제방이나 제내지(제방을 경계로 마을 쪽) 침수 피해는 없었으며, 본류에 연결된 지류의 수위도 함께 낮아지게 되고 물 흐름도 원활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4대강조사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은 “태풍 산바 이후 낙동강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합천창녕보의 경우 파이핑(보 구조물 본체 밑이 파여 모래가 유실되면서 물이 솟아나는) 현상이 확인됐다. 또 낙동강 보 관리수위가 너무 높아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지류·지천의 홍수 피해가 더 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이 지역조직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태풍 매미 때도 터지지 않았던 경북 고령 쪽 낙동강 지천인 화천의 제방이 2곳이나 터지고, 화천의 지천인 신안천과 소하천의 제방이 터지면서 일대 딸기밭 30㏊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은 “경북지역은 그야말로 ‘물폭탄’을 맞는 등 낙동강 본류는 물론 지류하천의 피해가 특히 컸다”며 “초대형 인재로, 4대강 사업에 따라 낙동강에 들어선 초대형 보가 그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고령지역 아래 들어선 합천창녕보로 인해서 낙동강의 물 흐름이 정체되었고, 그것은 그대로 지천의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줘 불어난 강물이 채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원동역 구간에 이르는 4대강 사업 자전거도로 곳곳이 유실된 채 방치돼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마산창원진주 환경운동연합 배종혁 대표는 이 일대를 현장 취재한 결과 물금취수장-원동역 간 5~6km에 이르는 4대강사업 자전거도로가 콘크리트 상판만 남겨놓은 채 지반이 완전 유실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 대표는 “유실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과 유실돼 응급 복구된 것을 포함하면 20여 곳에 이를 정도다”라며 “자전거도로 아래 바닥은 지표면의 흙이 쓸려가는 바람에 콘크리트 상판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더욱이 이 도로는 현재 자전거 마니아들이 위험도 모른 채 속도를 내며 주행을 즐기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4대강 사업 자전거도로 중 지반이 침하된 일부 구간 옆에선 밀양에서 삼랑진 간 열차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 구간의 자전거도로 곳곳이 지반침하로 쇄굴현상을 빚으면서 열차사고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배 대표는 “국토부가 당장 이 도로에 대해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봉쇄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도로는 영구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 자전거도로 옆에 코레일이 지나다니고 있지만 도로가 쇄굴돼 위험한데도 코레일 측이나 이용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과 함께 4대강 사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름 가뭄 때 4대강에서는 독성 녹조가 발생해 큰 우려를 낳은데 이어 이번 태풍으로 낙동강에서는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며 “4대강 보 해체를 포함해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낙동강 홍수 피해는 4대강 거짓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국민의 안전에는 눈을 감아버린 정부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4대강 16개 보의 안전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준설선 떠내려가 교각과 충돌

4대강 사업의 부실한 사후관리 정황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특히 4대강 유역에 작업을 마친 준설선 153척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실이 공개한 국토해양부의 ‘준설장비 우기철 안전대책’ 공문 등을 보면, 이미 완공한 4대강 곳곳에 준설선 153척이 그대로 정박·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준설선은 강 유역에 놓인 채 그대로 방치되거나 강에 계속 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동강 유역에 132척이 방치돼 있고, 금강에 18척, 영산강에 3척이 잔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준설선을 내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토해양부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은 지난 5월 이후 4대강 사업 각 공구 책임자에게 수차례 공문을 보내 ▲준설선을 빨리 철수할 것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것 등을 지시해 왔다. 그러나 ‘속도전’을 강조해왔던 4대강 사업 추진 과정과 달리, 사후 처리 문제는 몇달째 제대로 해결이 안 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4대강 공사 당시부터 준설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강 유역을 뒤덮는 사고도 잇따랐다. 특히 지난해 금강에 있던 준설선에서 벙커C유 등 기름이 유출됐음에도, 시공업체가 이런 사실을 숨겨 24시간 넘게 기름 유출이 방치된 사례도 있었다. 또 최근 잇따른 태풍과 호우로 방치된 폐준설선이 쓸려 내려가 교각과 보에 부딪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부산환경단체 ‘생명그물’에 따르면 태풍 산바에 폐준설선 4척이 떠내려갔으며, 이 가운데 한 척이 낙동강대교 교각에 걸리기도 했다.



4대강 사업지의 하자보수건도 날이갈수록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대한 크고 작은 하자보수는 39건에 달한다. 특히 친수구역 조성을 위해 인공적으로 심어진 나무와 화초 등이 1년여 만에 5500여 그루나 말라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각지에서 발생한 균열과 포장 불량을 보수하고 수목을 교체하는데 들어간 금액이 7억5000여만원에 이르렀다. 특히 아직 비용이 산정되지 않은 낙동강 유역에서 하자보수가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 하자보수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녹색정책팀장은 “식물들이 1년 만에 말라 죽는다는 것은, 식물들의 생태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눈요기나 장식품으로만 심어놓았다는 방증”이라며 “강과 생태를 살리겠다며 시작된 사업이 강을 죽이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곳곳에 방치된 준설선은 환경오염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토해양부는 시급히 현황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불이익 조치해선 안 돼”

한편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내부 문서가 유출된 경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제보자 색출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최근 제기된 ‘4대강 사업 관련 내부제보자 색출’ 의혹과 관련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및 공정위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4대강 범대위는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신원불상의 청와대 관계자, 김동수 공정위원장과 공정위 관계자 수명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에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고발인들은 제보자 색출을 목적으로 전·현직 직원 20여명의 개인 컴퓨터와 이메일 조사 및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4대강 담합 조사의 불법·부당이 드러날 수 있는 문서의 반환을 강요하는 등 더 이상 공익신고를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제공)


이들은 특히 “피고발인들이 제보자 색출 과정에서 ‘결백을 증명하고 싶으면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제출하라’고 협박한 행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4대강 사업 관련 내부문건이 공개되자 공정위 차원에서 대대적인 유출자 색출작업에 착수했다”고 폭로했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공정위 내부문건을 근거로 “공정위가 청와대 개입에 따라 4대강 입찰담합 사건 조사를 늦추고 해당 업체 과징금을 깎아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4대강 범대위의 4대강 사업 관련 검찰 고발 건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6월 “4대강 입찰담합 비리 조사와 관련해 공정위가 직무유기했다”며 제기한 고발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재훈 부장검사)에서, 지난 11일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고발한 사건은 형사8부(김윤상 부장검사)에서 각각 수사 중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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