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손석춘 지음/ 알마






이슈북을 여는 첫 번째 책 《껍데기는 가라》의 필자는 함세웅 신부와 손석춘 기자다. 한국 현대사의 부조리에 맞서 온몸을 던진 함세웅 신부를 언론계의 양심 손석춘 기자가 인터뷰했다. 손석춘 기자는 기자 시절 보여준 날카로운 정신으로 함 신부의 사상과 경험을 압축적으로 이끌어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함세웅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그는 오늘날 정치의 최대 과제인 ‘경제민주화’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2007년 10월,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은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그룹과 검찰은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제적 정의를 위협하는 재벌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 기자회견을 예순 여섯이 넘은 나이로 주도한 이가 바로 함세웅 신부다. 자신이 1974년 정치 민주화를 위해 창립한 정의구현사제단을 다시금 이끌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것이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의 부정의한 행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대규모 정리해고, 중소상인에 대한 위협, 정경 유착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함세웅 신부의 실천적 행동은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함세웅 신부는 올해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인 ‘박근혜 대세론’을 가장 정직하게 비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70년대의 다른 민주화 인사들과는 달리 종교인으로서 투쟁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맑은 눈으로 박정희 정권의 부정의를 직시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눈으로 볼 때 박근혜는 박정희 정권과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당시 정권 하에서 청와대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을 뿐더러, 어떤 정치적 사안에서는 배후 장본인이었다. 또한 현재에도 5?16군사반란의 역사적 한계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를 비판하는 여러 입장 가운데, 박정희 군사정권과의 연관성은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함세웅 신부의 비판은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이 오직 정의의 관점 아래에서 이루어져 깊은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의 제목인 《껍데기는 가라》는 함세웅 신부가 즐겨 묵상하는 신동엽 시인의 시 제목에서 차용했다. 어쩌면 그것은 청년기에는 영혼의 정의를, 장년기에는 정치의 정의를, 노년기에는 경제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그가 가장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자본의 논리와 온갖 선전에 휘둘리기 쉬운 오늘날의 우리가 함세웅에게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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