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지음/ 푸른역사




2012년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는 인터넷을 검열하는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선정했다. 4년 연속 선정이다.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문화라는 숲은 질서와 효율이라는 강박 아래 몇몇 쓸모 있는 목소리만 사육되는 거대 목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풍자는 수상한 세상에 대한 수상한 전복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횡행하는 해학의 그림자에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세태를 민감하게 읽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도사리고 있다.

연암은 《열하일기》 등을 통해 자유로운 필체로 조선 후기를 비판한 대표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18세기 조선에서는 시대정신을 바로잡고자 순정고문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연암은 그때 사유를 담는 그릇인 글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되며‘문체반정’의 중심에 서게 된 인물이다. 그 시대, 풍자로 너스레를 떠는 너머의 연암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은 연암과 대립했던 유한준에서 연암을 연구하는 저자에 이르기까지 11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연암을 모자이크처럼 맞춰 지금 여기에 소환한 평전으로,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연암을 문장, 성정, 학문, 그리고 미래라는 4개의 얼개를 통해 비평을 곁들인 전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당대의 시대정신을 비판한 역사적 인물로 바라볼 때 놓쳤던 연암의 입체적인 얼굴, 웃음과 역설 뒤에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 미워 소설을 썼던’역사 밖으로 나온 개인 연암과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으로써 연암이 꿈꾼 인간다운 세상이 과연 어떤 의미였으며 현재 우리에게 무엇을 제시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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