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는 루이스 세풀베다가 칠레, 니카라과, 에콰도르 등 라틴 아메리카 각국 및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각지를 누비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소회를 담은 특별한 여행기이다. 그의 주요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 『우리였던 그림자』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과 사건, 군사 쿠데타에 끝까지 맞섰던 동지들과 동료 작가들 등 세풀베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저널리스트로서의 르포도 함께 담았다. 

 작품 곳곳에 세풀베다의 삶의 원칙이 깊게 배어 있는 이 작품은 가난으로 꿈을 잃은 아이들, 독재의 억압에 삶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부터 허세로 가득 찬 지식인들에 대한 조소와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의 손길에 대한 분노까지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실제 주인공 노인과 인디언 부족을 만나 집필을 시작하는 과정, 『우리였던 그림자』에 등장하는 아란시비아 형제와의 인연 등 세풀베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에피소드들은 그의 문학을 이루어 온 이야기의 뿌리를 짐작하게 해준다. 특유의 유머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글은 우리가 가슴 깊이 간직한 뜨거운 열정,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을 되살려 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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