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학 외 9인 지음/ 부키




최근 장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전하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 9월 근육병을 앓는 장애인 허정석 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인공호흡기가 빠져 숨졌고, 10월에는 멀쩡히 화재 신고를 하고도 방문턱을 넘지 못해 뇌병변장애를 가진 김주영 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김주영 씨의 사고 며칠 뒤에는 뇌병변장애인인 동생을 화재에서 구하려던 13살 소녀 박지우 양이 숨졌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장애인들에게 복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추정 장애인 수는 268만 명에 이른다. 인구 1만 명 중 561명(5.61%)이 장애인일 정도로 우리 주변엔 장애인이 많다. 그런데도 ‘장애’와 ‘장애인’을 위한 복지 시설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2011년 보건복지 통계연보를 보면 의료 재활 시설은 17곳, 직업 재활 시설이 456곳, 생활 재활 시설이 490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의 복지 수준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복지 국가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장애인들의 ‘복지 천국’이라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복지 수준은 어떨까?

『장애인 복지 천국을 가다』는 이 같은 ‘복지 선진국’의 장애인 재활 시설을 둘러본 탐방기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푸르메 책꽂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10명의 저자들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재활병원과 작업장, 재활 시설을 돌아봤다. 필자들은 복지 선진국의 장애인 정책과 제도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밝은 표정과 시설 관리자들의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시설 환경 구석구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딱딱하고 지루한 장애인 시설 소개서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탐방기라는 점, 장애인 복지를 위해 꼭 필요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겠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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