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일본 꼴”, 금융당국도 서둘러 ‘경고장’
“이대로 가다간 일본 꼴”, 금융당국도 서둘러 ‘경고장’
  • 승인 2012.12.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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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경제 ‘빨간불’

“누가 되도 차기 대통령은 엄청난 경제적 시련을 겪을 것이다. 후보에 따라 속도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재계의 우려가 심상치 않다. 이미 전세계를 뒤덮을 것으로 예상되는 ‘쓰나미’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 당국까지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대로는 안 된다. 5년 뒤에는 은행권의 순이익이 80% 이상 급감할 수 있다”며 충격 요법을 들고 나왔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2013년엔 다중채무자 등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부실 확산, 회사채시장 경색이라는 만만찮은 위험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산되는 경제 위기 실태를 살펴봤다.
  



 

금융감독원이 어쩔 수 없이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금감원은 지난 7일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보고한 ‘저성장 저금리시대 대응방안’에서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지고, 금리가 1% 더 하락하면 5년 뒤 은행권의 전체 순이익이 1조 4000억 원으로 올해 8조 5000억 원의 16.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뒤엔 적자로 돌아서면서 순손실 규모만 5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금융의 근간이 흔들리면 기업과 가계 경제를 넘어 국가 경제까지 안전지대일 수는 없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저성장, 저금리는 은행들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수익기반을 창출하고, 신규 영업모델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당국 역시 노후상품 등 신상품 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은행의 신상품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 역시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도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리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단기간 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1990년대 일본과 유사”

권 원장은 “1990년대 일본의 저성장 저금리 초기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저수준”이라며 “향후 전망도 어두워 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 상품개발에 나서야 하고 정책당국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내외 전망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 회사채 수급 개선과 비우량 회사채 수요 확대 등의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권 원장은 “웅진 사태를 계기로 A등급 이하 회사채들마저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과 하이일드 채권 활성화 등을 추진해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만기를 맞는 A등급 이하 회사채 규모가 20조원에 달해 금융위, 기획재정부와 함께 다각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영업환경 악화 영향으로 기업들의 부실도 커져 가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말까지 3년 연속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마이너스인 한계기업은 3000여 곳으로 전체 1만 5000개 외감대상 법인의 20%에 달했다. 금감원은 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 못지않게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권 원장은 “취약업종 중 한계기업의 부실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채권 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계열사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도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63개 대기업 집단 중 33개 주채무계열 외에도 여신 최다 은행에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다중채무자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권 원장은 “주택담보대출 다중채무자는 대출규모가 크고, 부동산과도 연계된 만큼 1~2금융권을 망라해 자율 워크아웃 프로그램 등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 ‘속출’

재계도 이런 ‘경제 위기’ 체감도가 심각하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들도 ‘빈사’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확장전략을 지속하는 그룹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3년 연속마이너스인 곳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중 올해 계열사를 줄인 곳은 현대차, GS, 한화 등 3곳에 불과했다. 특히 9개의 계열사를 늘린 포스코 그룹 내 한계기업은 상장사인 포스코엠텍, 포스코강판, 성진지오텍 등 8곳으로 총 계열사(61곳) 중 11.4%가 심각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자산개발, 롯데브랑제리, 디시네마오브코리아 등 9곳의 계열사가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SK그룹 계열사 중 한계기업은 상장사인 SKC솔믹스, 팍스넷 등 10곳(10.6%)이나 됐다. 포스코 SK 롯데 GS 계열사가 10대 그룹 전체 한계기업(50개)의 70%(35개)를 차지했고, 삼성(3곳), 현대차(4곳), LG(4곳), 한화(3곳)그룹 등도 한계기업 계열사가 존재했다.

STX그룹은 주력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등 4곳이 한계기업이고, 동양그룹 역시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레저 등 굵직한 곳이 이름을 올렸다. 효성그룹은 진흥기업,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 11곳이나 됐고, 대한전선, 남광토건등 9개의 대한전선 계열사도 포함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 등 3곳이 한계기업이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EBITDA 대비 차입금 배율은 2.5배로 평균 차입금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보다 2.5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2005~2010년 배율이 1배를 소폭 밑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상장사들의 이자지급능력이 떨어진 반면 차입금 부담은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자는 “2011년 이후 대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이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약화됐다”며 “2005~2009년 4배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 6월 말 3.4배로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 동부씨엔아이, 세실을 비롯해, 대우건설, 신세계 계열사인 에브리데이리테일, 두산건설, 팍스넷, SKC솔믹스 등이 한계기업으로 새로 추가됐다.

부도기업 추가 가능성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6월 말 기준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중 한계기업(23곳)으로 전년 말보다 2곳이 늘어 부실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계기업 비중은 전체 18%(대기업 15%)로 지난해 말(전체 15%?대기업 12%)보다 3%나 높아졌다.

LG경제연구원은 올 상반기 부실위험에 노출된 국내 기업 차입금이 11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나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6월 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못 갚는 기업의 비중은 26.4%로 지난해 6월 말(21.6%)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19개 비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을 추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제거와 기업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익구조가 나쁘고, 성장력도 없어 차입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원활히 퇴출, 정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두워지고 있는 경제계의 짙은 그림자가 연말 대선 현장 위로 그 그늘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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