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아렌스 지음/ 서유리 옮김/ 레드박스






레나테 아렌스의 장편소설 『언니, 부탁해』는 2011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현지 언론과 독자들의 많은 찬사를 받으며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다. 서로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온 자매 프랑카와 리디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자매 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 애증과 사랑을 간결한 문체와 잔잔한 어조로 섬세히 묘사한다. 부모로서의 책임,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와 영향, 그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감동 깊게 그린 작품이다.

TV 드라마 작가로 일하며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이나 아이 낳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싱글 여성 프랑카. 어느 날 그녀의 집 앞에 해외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던 동생 리디아가 일곱 살짜리 딸 메를레를 데리고 나타나서는 곧 쓰러진다. 리디아가 병원에서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는 동안, 프랑카는 어쩔 수 없이 조카를 떠맡게 된다. 조카 메를레와 함께 지내면서 지금껏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리디아와 함께 보낸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프랑카와 리디아는 서로 너무나 다른 자매였다. 아버지는 공부 잘하던 모범생인 프랑카를, 어머니는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을 닮은 리디아를 편애했지만, 어린 시절 둘은 아주 사이좋은 자매였다. 둘의 관계가 극적으로 깨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살아가고 있을까. 소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인 자매 간의 갈등, 하지만 자매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미사여구가 없는 문장으로 섬세히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를 그리지만, 그 상처를 위로해주고 생의 가장 힘든 순간에 도와줄 수 있는 이 또한 가족임을 전하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끼며,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고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줄 책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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