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한 로켓 발사 그 이후 한반도는…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발사 기간 연장을 발표한 뒤 이틀 만에 이뤄진 기습적인 발사였다.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규탄 성명을 내고 추가 제재를 협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사전 움직임을 포착해 우려를 표명해왔지만 결국 발사를 강행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009년도처럼 북한이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 카드를 꺼낼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해질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체제 결속, 권위 강화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지난 4월 13일 발사에 실패한 뒤 8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은하 3호’가 실용 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 9분 27초 만에 궤도에 정확히 안착시켰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외신까지 초청하며 발사 준비 과정을 대대적으로 알렸던 지난 4월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로켓 발사 소식을 주민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발사가 성공하자 1시간 반 만에 내부 매체를 통해 발사 성공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TV는 특별 보도 등의 형식으로 발사 성공사실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김정일 사망 1주기와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앞둔 북한 정권은 이번 로켓 발사를 체제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아버지의 유훈을 달성하고 탄도미사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이 김정일의 위업을 만들어내면서 김정은의 권위를 강화시키고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측면으로 활용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출범하는 오바마 2기 행정부를 상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과 미사일은 대미 협상용의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핵과 미사일 그리고 관계 정상화, 더 나아가서 평화협정까지 모든 현안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통 크게 협상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로켓 발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부를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계기로 주민들에게 과학 강국의 비전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지지부진한 우리 정부의 나로호 발사와 비교했을 때 남한 정부에 우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핵보유국의 3가지 요소인 운반수단 보유, 핵탄두 소형화, 실전 배치 중 운반수단 보유가 충족돼 국제 사회에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주장해 대미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켓 전문가들 ‘기술 진보’ 추정

군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이번 발사를 강행했으며 북한이 단 분리?유도제어기술 등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로켓 전문가들은 이를 사실상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사거리 1만㎞이상의 IC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비교적 정확히 예상 지점에 낙하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ICBM 발사체 기술 측면에서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연소 시간은 156초로 지난 4월 발사 때의 130초보다 26초 길어졌다”며 “이에 따라 사거리도 1만㎞ 이상에서 미국 전역을 타격할 1만 3000㎞ 이상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로켓 발사가 평화적으로 지구를 관측하기 위한 것으로 인민경제 발전과 강성대국 건설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의 성능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가 가로 세로 100미터의 너비를 점으로 인식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용 위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아마 지구를 회전하면서 지구 사진을 찍어 곧 공개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해상도가 100미터 정도 되는 사진은 사실 지구의 사진을 찍는 것 이외에는 과학적으로 활용하기에 해상도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체가 ICBM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이유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ICBM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단 분리’ 능력과 ‘핵탄두장거리 운반’ 능력이 검증됐고, 또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필요한 높은 온도와 압력에 견디는 기술도 상당 부분 확보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상에서 충분히 간접적인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ICBM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 지구 재진입하는데 필요한 기술도 벌써 오래전부터 실험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압박, 바빠진 국제사회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유엔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 15시간 만에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내비쳤다.

모하메드 룰리치키 유엔 주재 모로코 대사는 지난 13일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한다.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위해 협의를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으로부터 로켓 발사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중국은 북한의 기습적인 발사 이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우려 속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 역시 외부 기고문에서 북한을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외교력이 출범 직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까지 나왔다. 윤덕민 교수는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중국은 바라지 않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냉전과 자제라는 옛날 틀로 돌아가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점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첫 번째 외교적 시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이 “유엔 안보리 대응은 신중하고 적절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중국이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대북정책 우선순위는 체제안정, 개혁개방, 핵문제 순”이라며 “경제발전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이웃국가인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등 ‘아시아 회귀’로 사실상 대중국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대중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해질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06년과 2009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역시 로켓 발사에 대한 당국 차원의 첫 반응에서 핵 실험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무진 교수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직후 핵실험을 하는 패턴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도 세 번째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특히 이제 플루토늄탄 같은 경우에는 3년에 한번 꼴로 실험한다”며 “통상 데이터의 완결성을 위해서 그렇게 본다면 2006년에 했고 2009년에 했기 때문에 2012년 중에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핵과 미사일을 모두 갖췄다고 주장하고 나선다면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로선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양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에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미국에 1대 1로 핵군축협상을 하자고 압박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이번 발사를 계기로 내년 초 한·미·일·중의 권력 교체에 따른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물거품이 된 셈”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소 3~4개월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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