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외 리카르 지음/ 백선희 옮김/ 현대문학





행복의 개념에는 수천 개가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에게 행복이란 ‘진리로부터 생겨나는 기쁨’이고 칸트는 행복이 ‘이성적이어야 하며 모든 개인적 성향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행복을 ‘노동을 통해 얻는 기쁨’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60억 명의 인류가 꿈꾸는 수천, 수만 개의 행복 중에 과연 참된 행복은 무엇이고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마티외 리카르는 이렇게 답한다.

“어떤 기분 좋은 감정이나 강렬한 기쁨, 폭발적인 희열, 일시적인 황홀경이나 기분 좋은 하루처럼 삶의 미궁에서 우리를 엄습하는 어떤 마법 같은 순간으로 행복을 국한할 수 없다. 이 다양한 면모들만으로는 참된 행복을 특징짓는 깊은 만족감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참된 행복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수카soukha를 의미한다. 수카는 “태풍 아래 고요한 물처럼 그 무엇도 흔들어놓을 수 없을 만큼” 지극히 깊은 행복으로, 마티외 리카르 자신 또한 지난 40여 년간 꾸준한 명상 수행을 통해 수카를 지켜오고 있다.

한때 촉망받던 과학자답게 그가 전하는 행복론은 구체적이고 논리 정연하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과 인문 고전, 심리학, 사회학, 윤리학, 뇌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인간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끈 또한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 책 『행복, 하다』에는 히말라야 지역에 은거하는 현자들의 이야기와 저자가 주변에서 보고 들은 생생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를테면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했을 때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한 남자의 이야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형무소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모가메드 벤자민의 진심, 마약사범으로 2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감옥에서의 명상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미국인 플리트 몰, 10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3백만 달러의 재산가가 되었지만 누구보다 불행하다는 홍콩인 친구, 강렬한 정서적?심리적 자극 없이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여기는 프랑스인 친구 장, 부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권태와 불행을 토로하는 대만의 유명 여가수, 죽음을 앞둔 캐나다의 정신분석학자 기 코르노가 들려주는 이야기, 인지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불교의 명상법을 실천한 프란키스코 바레라, 티베트의 공주이자 민족저항운동가인 아니 파첸과 달라이 라마의 주치의인 텐진 체드락, 티베트의 반항아 승려 텐진 쿤찹이 들려주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등, 평소 접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덕분에 깊이 있는 내용도 무겁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이들과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장소, 어떤 시간대에 있든 간에 그들 모두 참된 행복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자칫 모호하고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 행복론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행복의 의미와 조건에 대해 명쾌한 답을 선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삶의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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