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뤼미에르 피플》은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의 작가, 장강명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신촌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장소를 오가는 인물들의 특별한 사연을 연작소설로 담았다. 801호부터 810호까지의 주인공들을 통해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 10편을, 작가만의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의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난 루저거나 잉여들이다. 801호의 줄담배 피우는 어린 임산부와 가출 소년, 802호의 하루아침에 전신불수가 된 일 중독자와 룸살롱 호스티스, 나이트클럽 웨이터 커플, 803호 청각장애인, 804호의 죽은 작가, 805호의 매로 돈을 벌고 쓰는 채무자와 재벌 2세들, 806호의 인터넷 여론 조작 전문 사설기관 팀-알렙의 멤버들, 807호의 결막염에 걸린 고양이를 갖다 버린 주인과 고양이 마티, 808호 쥐의 형상을 닮은 반인반서(半人半鼠)의 청소년들, 809호의 알코올의존증을 앓는 엄마의 자살에 동조해 자해하는 어린 소년 상호, 그리고 밤섬당굿의 당주가 될 운명을 지닌 810호의 대학생까지. 특이한 점은 이 루저들을 작가는 인간과 짐승의 형태를 띤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반인반수의 일상은 우리 시대 루저들을 떠올리게 하며, ‘미래’의 유무와 상관없는 기이한 환상성을 보여준다. 또한 사건 기사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우리는 이 픽션이 기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사실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뤼미에르 빌딩 8층에 거주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하나의 원처럼 이어지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하고 싶은,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에서 작가는 도심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지닌 ‘신촌’이라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공간을 무대로, ‘빛, 광명’을 뜻하는 ‘뤼미에르(lumi?re)’의 의미와 관련한 ‘대도시의 한복판’, ‘현대성의 정점’에 붙박인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 부자가 사는 세상과 가난한 자가 사는 세상, 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언어가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동시대적 삶의 좌표를 거침없이 그려 나가면서 독자에게 도시적 삶의 실체를 들여다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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