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4주기’ 서울역 현장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9일, 용산참사 현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노동·시민단체 143곳이 꾸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이날 참가자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구속자 석방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범국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대회에 앞서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 모여 `구속 철거민 석방, 용산참사 진상 규명,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리 측근 인사들이 아니라 용산참사 구속자부터 특별 사면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서울역 광장까지 걸었다.

이어 열린 본 대회에서, 용산참사 당시 구속됐다가 지난해 10월 3년 8개월간의 옥살이 끝에 가석방된 김재호 씨는 "마지막까지 망루에 있다가 내려온 죄로 징역 4년형을 받았다"며 "장사밖에 모르는 저희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기에 4년이나 살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추운 겨울 교도소에서 고생할 동료들을 생각하니 먼저 나와서 부끄럽다"며 "구속자가 사면되고 용산참사 문제가 해결돼서 하루빨리 함께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인 철거민은 6명이다. 수감됐던 8명 중 김재호·김대원 씨는 지난해 10월 가석방됐으나, 나머지 6명은 짧게는 올해 10월, 길게는 2015년 1월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용산참사로 남편 이상림 씨를 잃고 아들 이충연 씨를 감옥에 보낸 전재숙 씨는 "철거민은 누구를 죽이거나 해치러 간 게 아니고 단지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며 "용산참사 해결 없이는 (박근혜 당선인이 말하는) 100% 국민 대통합도 없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사람들이 단 5분만 박근혜 당선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인수위 시절도 이런데 앞으로 5년간 한국이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과 함께 희생자 영정에 분향한 문정현 신부는 유가족들을 향해 "이들이 2000년 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죽어간 예수의 어머니이고,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어머니"라며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이미 용산참사 희생자들만의 어머니를 넘어 쌍용과 강정과 한진에서 모든 탄압받는 이들을 위해 눈물 흘리는 어머니가 됐다"고 말했다.

그밖에 추모대회에서는 이강서 신부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등이 추모사를 했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만든 김일란 감독은 김선우 시인이 쓴 추모시를 낭송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 20분께 추모 대회를 마치고 6시까지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조 탄압 분쇄 비상시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으로 행진했다. 한편 추모위원회는 참사 기일인 20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희생자 묘역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