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포레




2012년 야마다후타로상 수상작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은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2010)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구보 미스미의 두번째 소설이다. 데뷔작으로 야마모토슈고로상, 『책의 잡지』 소설 베스트 1위, 서점대상 2위의 영예를 안으며 “두려울 만큼 초대형의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저자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아픔이자 상처의 원천이기도 했던 ‘모성(어머니)’과 우울한 현대인을 따라다니는 ‘자살욕망’을 이야기한다.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은 세상의 구석에서 소리 없이 삶을 이어가는 십대와 이십대와 사십대, 세 남녀의 고독한 삶을 그린 연작소설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이 평범한 자들의 고독. 인간은 누구나 다 고독한 법이라고,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에 새삼 귀 기울일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 때문에 그들은 더욱 벼랑으로 내몰린다. 그에게는, 그녀에게는, 그 아이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우주의 전부를 안은 만큼 무겁고, 내가 바로 그 사람이 이 우주에서 만나는 마지막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많은 소설은 결말에서 그들을 일으켜 세운다. 일으켜 세우지 않더라도 어쨌든 밝은 미래를 제시한다. 우리는 상처받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기대감을 품는다. 결국 일어서겠지. 하지만 어떻게 치유될까? 어떻게 다시 살아갈까? 하지만 저자는 ‘도약’이라는 도구를 쓰지 않는다. ‘기적’도 일으키지 않는다. 안이한 ‘희망’을 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인간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급격히 좋아질 리는 없지만, 그래도 추스르고 살아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설이 인간을 구할 수도 있을까? 그렇게 믿고 싶어지게 하는 소설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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