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송기호·문성희·이명원·박성준·정대영·김은진 지음/ 궁리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 ‘엄마’라는 말은 전 세계가 거의 비슷하다. 중국어도 러시아어도 독일어도 영어도 마마(mama)다. 이게 밥 달라는, 배고프다는 소리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인간은 이렇듯 내 입에 밥을 넣어주는 부모의 노동과 보살핌으로 쑥쑥 자라나고 스스로 제 몫의 밥값을 하고자 분투한다. 생활인이 되어 누군가의 밥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다 밥그릇 싸움을 벌이기도 하며, 나와 가족의 밥뿐만 아니라 이웃의 밥까지 챙기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기도 한다. 내 안의 생명을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씨앗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존의 밥, 사랑과 희생의 밥, 노동의 밥, 권력다툼의 밥, 나눔의 밥, 살림과 자연의 밥……. ‘밥’이라는 한 글자에는 먹고사는 존재로서의 인간 서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인문학 책방이자 문화놀이터인 길담서원에서 기획한 이 책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조건, ‘먹는다’는 행위를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여러 각도에서 성찰한 결과물이다. ‘일’, ‘몸’, ‘돈’, ‘집’ 편에 이어 출간되는 다섯 번째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강연집이다. 주영하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 자연요리가 문성희, 문학평론가 이명원, 길담서원 대표 박성준, 국어교사 정대영,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모두 일곱 강연자가 각자의 음식 DNA가 다르듯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이야깃거리를 들고 청소년을 만났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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