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지음/ 한겨레출판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는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좀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경제개발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두긴 했지만, 그 빛나는 성과 뒤편에는 폭력으로 점철된 어두운 과거가 자리하고 있다. 김동춘은 과거를 조망해 국가 폭력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면서 이 그림자가 지금까지도 짙게 드리워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즉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5년간 유사한 형태로 국가 폭력이 반복되었으며, 이런 통제와 억압의 분위기를 비단 어제의 일이 아닌 오늘의 일이라고 본 것이다. 세상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과거의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대한 무지가 현재의 이해 부족을 초래한다”는 마르크 블로흐(Marc Bloch)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진단이다. 과거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 또 다른 부정의가 이어지는 측면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가 폭력이 과거의 방식을 바꾸어 현재에도 교묘하고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인권침해, 탈법, 부정의를 묵인하는 세태에 대한 따가운 일침이다.

김동춘은 힘이 정의 위에 군림해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살피면서, 그 실상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으로 우리의 현재를 살핌으로써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가 폭력의 문제를 냉철하게 진단한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폭력의 흔적들을 파헤치는 필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