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회> ‘북핵’ 어떻게 풀어야 하나-1

지난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국제사회가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박근혜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긴급 3자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박 당선인과 여야 지도부는 북한의 핵실험 도발 위협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을 재석 185명에 찬성 185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 서문에서 국회는 “금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이러한 도발행위를 통해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그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없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압박에 직면하게 됨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UN안보리도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대북제재를 신속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안보리 순회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 이 같은 내용의 안보리 의장 언론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김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결의 채택을 위한 논의에 신속히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의 행동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대한 위협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북한은 도발로 야기된 엄중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은 계속해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왔다”며 “그 자체가 이번에는 다르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3차 핵실험의 성공정도와 실험의 질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적인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실험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북한의 행위가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안보리의 제재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과 관련 북한이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 이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속히 냉각기로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화 국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위클리서울>은 대북 전문가들의 긴급 지상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나다 순)가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나다 순)



-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나.
▲ 고유환(이하 고) :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려고 핵 실험 시기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한국시간 13일) 직전으로 잡은 것 같다. 북한의 핵실험에는 내부결속은 물론 실질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북-미 관계,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
북한은 앞으로 대외적으로 핵보유국이라고 얘기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내 갈 길 간다’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북한과 중국, 미국 간 물밑대화 및 접촉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 통로를 만들어 추가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핵실험으로 남-북은 최소한 6개월간의 냉각기는 불가피하게 됐다고 본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경제 발전이나 인민생활 향상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고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며 체제단속에 나설 수도 있다.
▲ 김진무(이하 김) :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일정 기간 조정기가 있겠지만, 결국 중국의 중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북핵 불용, 강력 규탄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한편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는 점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야 할 것이다.
▲ 양무진(이하 양)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체제 생존과 관련된 안보 문제에 결코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북한은 핵능력을 개선해서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과 미사일, 평화협정과 관계 정상화 등 현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실험은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과 관련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 정세현(이하 정) : 국제사회는 앞으로 기존의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민수품 가운데 일부 물품을 제재 목록에 추가할 수 있고, 거래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강화 이외에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 ‘핵도미노’ 현상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동북아 핵도미노는 한국과 일본이 핵심인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세계적인 핵무기 비확산 체제인 NPT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대 핵보유국이 막으려고 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북아 안보정세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내에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빨리 버려야 한다. 북한문제와 북핵문제 모두 우리 국내 정치에서 정쟁의 대상인데, 이 때문에 북한이 희망을 갖는 것이다. 포용정책이든 압박정책이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 합의와 국제사회의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자면.
▲ 고 : 대내외적 포석이 두루 깔린 것 같다. 대내적으로는 군부의 인적 쇄신 과정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김정은의 치적을 쌓음으로써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대외적으로는 권력 재편에 들어선 주변국들의 대북정책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를 선점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북-미 협상을 기존의 비확산에서 군축회담으로 전환해 핵을 보유한 채 미국과 협상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당분간 추가 도발을 하기보다 주변국의 반응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당분간 냉각될 것이고, 6자회담 재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 : 북한은 과거에 두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체제유지와 3대 세습을 위해 핵개발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다고 판단한 뒤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한다면 군사적 보복을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대북제재에 외화 통제 등을 추가할 수 있지만 이것도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면 효과가 없다. 금융부문이나 해운 관련 제재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지만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일본과 대만 등이 핵무장을 추진해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미 동맹은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핵 실험 시점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 정 : 우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그 시점 직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왕 핵실험을 하려면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이전에 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강성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하는 의도도 다분하다 하겠다. 그 두 가지 계산에서 볼 수 있다.

- 미국과 국제사회뿐 아니라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중국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 정 : 미국이나 중국에서 강력히 경고를 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을 하겠다는 얘기를 사실상 예보 중개방송을 통해 단계적으로 했다. 각종 회의를 통해 중대한 결심을 했느니, 중대한 결정을 했느니, 중대한 결론을 했느니, 하는 보도들을 내놓았다. 그 얘기는 지금 나를 말려 달라는 메시지였다. 미국이 나서서 우리를 붙들어 달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19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을 때 상황과는 어떻게 비교되나.
▲ 고 : 20년 전만해도 3월에 일이 터졌다.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팀워크가 짜여진 뒤였기 때문에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번엔 존 케리 국무장관이 업무에 들어가기 전부터 북한은 예고 방송을 했다. 그런데 업무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으니,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어렵게 됐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수위가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정 : 20년 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몰고 가고 싶어서 북한이 지금 강수를 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려달라고 했는데 미국이 나서지를 않았다. 몇 번의 예고방송을 통해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빨리 뉴욕 채널이건 제네바 채널이건 만나자는 얘기를 하길 기다렸는데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본다면 일단 다음 번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한테는 틈새를 주면 안 된다. 틈새시간을 주면 일을 더 크게 저질러 놓고 난 뒤에 반드시 회담이 열린다. 제재 운운하다가도 회담은 열린다. 그때 가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험이든 발사든 나쁘지 않다는 셈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2006년 10월 첫 번째 핵실험, 2009년 5월 두 번째 핵실험, 두 번 모두 핵실험 이후 몇 개월 만에 북-미 대화가 시작됐다. 사실 이번에는 경량화 내지는 소형화까지 예견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바로 나섰더라면 그걸 막을 수 있었는데, 미국 정부가 지금 새로 출범하는 이 어수선한 시기에 지금 북한이 일을 벌여버렸기 때문에 일이 참 어렵게 됐다.

<기사 이어집니다.>

정리 :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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