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회> ‘북핵’ 어떻게 풀어야 하나-2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 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나다 순)



- 2기 오바마 집행부가 정상화 되면 빠른 시일 내 북-미간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 정 : 당연하다. 왜냐하면 대화를 통해 북핵 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게 미국의 국가 위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해결 안 될 걸 뻔히 알면서 계속 제재 타령이나 하고 유엔 안보리 소집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중국도 북-미 경쟁 내지는 갈등 상황에서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정 부분 제재에 협조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행을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는 미국이 제재 운운해 봤자 그것은 결과적으로 공허한 얘기밖에 안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회담장에서 만나야 할 것이다.
▲ 양 : 93년 3월 북한이 NPT 탈퇴했을 때 당시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그때 김영삼 정부는 그걸 말렸다. 남한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이 NPT 탈퇴라는 강수를 두는데 버릇을 잘못 들이면 안 된다, 달래면 안 된다, 거칠게 다루어야 한다는 식으로 대화를 못하게 말렸지만 미국은 그걸 무시하고 북한과 대화했다. 결국 그 이듬해 제네바 기본합의라는 걸 만들어 내고, 그로부터 부시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북한은 핵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02년 말 부시 정부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고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을 구실로 해서 경수로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북한은 사실 핵 활동을 중지했었다.

- 국제사회 역시 물밑에서는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 고 : 제일 급한 것은 우리다. 사실 북핵 능력이 커지면 미국과 중국은 별로 겁날 것이 없다. 우리만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 나서야 한다. 미국에 북한과 조용하게 대화를 시작하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 김 : 북한은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취하면 자신들은 잃을 것이 없고 국제사회가 많이 잃을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국제사회는 이런 점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면 잃을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즉 김정은 체제가 핵을 가짐으로써 체제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에 군사적 제재를 취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은 핵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소형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것이 맞는다면 남은 것은 핵탄두 재진입 기술뿐이다. 북한이 최근 원숭이를 태운 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란과 협력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할 수도 있다. 북한의 대미 위협 수준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 이와관련 박근혜 당선인과 여야대표가 3자회동을 가졌다.
▲ 김 : 우선 북핵 문제가 아주 상당히 심각한 과제로 지금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여야 대표가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모임을 가지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은 저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을 한다.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절한 조치다.
▲ 정 : 3자회동에서 나온 얘기는 아주 원칙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핵문제를 비롯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과제들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그저 반대한다, 혹은 약속을 지켜라, 이런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인 안이 제시돼야 된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김정일 생일이 2월 16일이기 때문에 이것에 맞춰 핵실험을 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핵실험 이후 계속돼온 하나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2009년 핵실험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이명박 정부도 그냥 지나왔다. 오바마 정부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지나온 셈이다. 결국 이런 과정에서 북한이 결국 3차 핵실험으로 간 것이다.
▲ 양 : 지난해 12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후 UN안보리에서 아주 강력한 제재결의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것이 결국 너무 지나친 조치들이었지 않느냐는 게 미국의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 같은 분의 의견이다. 켈리 국방장관이나 헤이커 박사 같은 이들도 이 사태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대담한 하나의 변화된 입장을 표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나 3자회동에서 나온 내용은 결국 과거의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과연 이런 것으로 해결 될 길이 있겠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 국회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 국회 차원의 대북결의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 양 : 국회까지 나서서 얘기하는 것보다 일단은 기다려 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회도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여야간 숙의를 하고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신중한 대응이라는 뜻은 남-북 관계에 있어 대화의 물꼬는 어떤 식으로든 풀 수 있다는 플랜을 좀 더 던져주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제 2기에 돌입한다. 중국도 시진핑 체제로 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는 다른 어떤 길을 모색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그 길을 던져줌으로써 북한이 핵실험 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게 하자, 이런 뜻이다.

- 핵실험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 고 : 이 분위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일단 강력한 말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우리가 개성공단 출입하는 물자에 대해 감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하니까 당장 북에서 여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역시 좀 더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서 상당히 가능성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
▲ 김 : 2006년에도 핵실험한 다음에 결국 6자회담이 노력을 해서 2007년 2.13 합의를 내놓았다. 그게 9.19합의에 대한 이행의 구체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이후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오바마 정부도 어떤 대북정책을 새롭게 내놓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2009년 핵실험이 벌어졌다. 핵실험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못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악화돼 왔다. 로켓이 발사되고 핵실험 하고 있는 마당에 보면 미국이나 우리나 몇 년간 대화의 기회를 놓쳤다고 판단된다.
▲ 양 : 중국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견제도 통하지 않는다. 중국은 결국 무역관계를 굉장히 강화해 나가면서도 군사적 문제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면 중국의 역할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 정 : 중국의 역할이 한계가 있으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상원의장의 방북이 무산되었다. 이 정치적 문제에 대해 결국 북한 자신이 이제는 새로운 카드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보면 과거와 같은 양식의 6자회담이나 혹은 지금 UN 제재의 방법 등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확고하고 구체적이고 대담하고 포괄적인 평화정책과 대화 제의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 고 :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결국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고 그 평화를 바탕으로 해서 경제성장 문제, 민생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생문제를 우선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이 제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과거의 5.24조치도 풀고 남-북 대화를 제의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정 : 현재로서는 갑갑한 상황이다. 물리적으로 이것을 막으려 한다든가 혹은 한층 더 압박과 제재의 방법으로 막으려 한다면 결국 퇴로가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조치라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강력한 요구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을 둬서 대화의 길을 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 대담하고 포괄적 논의를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정책 같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존 정부와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정 : 박근혜 당선인에게 달려있다. 이런 대화를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풀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미국도 대화의 뜻을 밝히면서 중국도 여기에 대해서 어떤 호응을 하고 그렇게 될 때 남-북 대화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인이 갖고 있는 강력한 의지, 다시 말하면 평화에 대한 어떤 의지와 대화의 구체적인 어떤 방안을 제시할 때 남북정상회담이라든가 남-북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 양 : 현 상태로는 상당히 낮다고 생각한다.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아무런 안이 없기에 말이다. 예를 들면 김장수 인수위원 같은 분은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조기배치해서 북한을 고립화하자고 말한다. 또 한쪽에서는 이번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자고 한다. 실제 개성공단에서 그런 검열강화를 하고 하는 것이 결국 좋은 징후는 아니다. 아무쪼록 남-북 관계가 잘 풀렸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리 :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