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린 그의 대하소설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청년시절 대표 소설집 중 마지막 작품이『상실의 풍경』『어떤 솔거의 죽음』『외면하는 벽』『유형의 땅』에 이어 출간됐다.

새로이 출간되는『그림자 접목』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작품집으로, <조정래 문학전집>의 8번째 책으로 출간될 당시 문학평론가 류보선이 “이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우선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의 작가로만 알려진 조정래가 사실은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의 영역에 있어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태백산맥』집필에 몰입하기 직전, 시대와 사회를 고민한 흔적이 물씬 풍기는 선 굵은 작품들로 단편 특유의 간결성과 압축미가 돋보이는 이 소설집에는 전쟁 중 끌려간 아들과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림과 회한의 세월을 인내하는「그림자 접목」「메아리 메아리」「길」,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자신들이 보인 동물적 행동으로 인해 남은 인생 모두를 후회와 회한의 세월을 보내는「박토의 혼」, 끝나지 않은 이데올로기의 비극을 소재로 한「회색의 땅」,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식에 대한 변치 않는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흔들리는 고향」, 민족을 배반한 인간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드러내는 「시간의 그늘」등이 수록되어 있다. 

전쟁이 발발한 지 어언 63년, 참혹한 시대를 겪어낸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나 그들에게 남은 정신적 외상 속에서 자라난 아버지 어머니 세대, 그리고 이제는 멀고 먼 이야기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어린 세대들에게 우리 민족의 고통과 존재 상실을 되새기게 하는 청년 조정래의 예리한 시선이 담겨 있는 이 작품들은 존재의 본질과 이 땅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선사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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