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국토 파괴 자행한 ‘공구리 공화국’”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국토 파괴 자행한 ‘공구리 공화국’”
  • 승인 2013.03.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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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연속기획> 본격 검증 도마 오른 4대강 사업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이라고 떠들어온 4대강 사업이 본격적인 검증의 도마에 올랐다. ‘비자금 조성과 담합 비리’,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검증’을 주문,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5년간 2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그동안 임기 내 마무리 짓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과욕 탓에 보의 안전성 논란과 함께 보강공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결국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생태계 파괴, 예산 낭비, 각종 법률의 무력화, 부정부패와 담합, 언론 통제와 여론 왜곡 등 각종 폐해를 남겼다.
    


각종 비리로 얼룩져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재적의원 202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10명 기권 10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통상 80% 정도인데 비해 4대강 사업에서는 월등히 높은 97.5%에 달해 업체 간 담합 부정비리 의혹이 있으므로 이를 밝히라는 것이다.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요구는 아니지만 검찰 수사에서 일부 담합 행위가 드러난 바 있어 결과에 따라서는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 실시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 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지시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새로 임명한 13명의 장관들과 가진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각 부처에 예산 낭비가 없도록 일체 점검을 하고 대형 국책사업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4대강 보 16개 가운데 15개가 부실공사로 확인되고 수질도 악화돼 식용수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언급한 뒤 “국회도 4대강 수질개선 사업 입찰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점검해 앞으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향후 감사원을 비롯 검찰 등 당국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에 계류된 4대강 관련 사건은 사업 참여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입찰 담합 의혹’ 등 크게 2가지 흐름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이 현대건설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4대강 범대위는 지난해 10월 “한강6공구(강천보) 공사 당시 공사비를 부풀려 4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김중겸 전 현대건설 대표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달 고발인 조사를 한 데 이어 계좌 추적, 관계자 소환 등을 벌이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가 맡고 있는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사건은 수사 진척이 가장 빠르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6월 대우건설이 낙동강 칠곡보 공사 현장에서 비자금 43억원을 만든 사실을 밝혀내고 모두 7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대우건설 전반으로 수사를 넓혀 2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확인하고 전·현직 임직원, 공무원 등 8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도 지난달 불러 조사했다.

4대강 사업 관련 수사는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간부급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검 중수부나 향후 설치될 특별수사본부 등에서 기존 수사 자료를 모아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또 4대강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하천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평가될 경우 국가 차원에서 복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률을 만들 예정이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가칭 ‘수생태계 복원 기본법’을 제정, 수생태계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조사·평가·복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4대강 사업 이후 보 근처 수생태계가 크게 변화한 사실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 일부 드러났다. 환경과학원이 2010년과 지난해 보 상·하류 각각 2㎞ 구간의 어류와 주변 식생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 외래종 어류와 원래 없던 식물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과 영산강의 외래종 어류는 각각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고인 물에 주로 살고 오염에 내성이 강한 ‘정수성 어류’가 4대강에서 모두 증가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4대강 본류 85개 지점과 16개 보 구간에서 수생태계를 정밀 조사해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멸종위기 어류 증식·방류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실패한 국책사업

4대강 사업 폐해 잇따르면서 전문가들의 비판도 거세다. 녹조에 따른 수질악화, 보 파이핑 현상 등의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환경대학원)는 “보가 건설돼 유속이 느려지고 호수화 하면 수질이 악화돼 생태계가 영향을 받고 녹조 발생 여건이 형성된다”며 “녹조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에도 엄청난 양의 녹조 제거제를 살포했다. 현장에 나가보면 많은 녹조제거제 포대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녹조 제거제라는 것이 녹조를 응집시켜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는데 황토 성분을 쓰더라도 마찬가지다. 녹조가 가라앉아 점토질 형태로 있으면 오염물질이 되는 것이고, 보 상류 바닥의 유속이 느려져 영향을 미친다”며 “유속이 느려지면 작은 알갱이가 바닥에 쌓여 점토층을 형성하고 이것이 바닥을 덮으면 물고기가 산란할 장소를 잃게 돼 결국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번 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완공된 4대강 보의 물이 겨울철을 보내고 봄을 맞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라며 “그 전에는 보를 완공해놓고도 부속공사 등으로 수문을 열어놨었다. 가둬뒀던 보의 물이 금년 봄-여름 갈수기에 어떻게 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와 관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실패한 국책사업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감사원 감사결과 문서에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반드시 재검토해야’라는 문구가 나온다”며 “흔히 공문서에는 ‘반드시’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보의 안전성과 수질문제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며 나아가 보는 쓸모가 없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실제 합천보의 경우 파이핑 현상이 심각하다. 보 밑에 구멍이 나서 물이 줄줄 샌다”며 “대부분 보가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모두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대강 주변의 생태공원에선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지하수위가 내려가니까 습지 식물이 살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타나게 되는 대표적인 게 망초다. 망초의 망자가 한자로는 ‘죽을 망’이다. 생태공원이 망초공원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권력과 영합한 토건업체들의 공생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토건복합체가 대체하고 있는 나라”라며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미국을 늘 전쟁을 벌이도록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토건복합체는 늘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도록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이 공사판이고 국토가 심하게 파괴된 것은 ‘공구리 공화국’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무방하다”며 “4대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4대강 죽이기를 추진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4대강 사업도 토건복합체가 자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이 대표적인 군산복합체가 주도하는 국가라면 한국은 대표적인 토건 국가로 분류되며,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토건 사업이 연중 진행되고 있다”며 “하부구조인 간척 매립 개간, 댐, 보, 제방, 다리, 도로, 자전거도로, 철도, 농수로, 송전탑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부적절한 토건 사업들이 전 국토를 파헤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재정법, 문화재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각종 관련법과 사회적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절차상의 문제 ▲대형 토건업체들의 공사수주 담합 부실공사 ▲생태계 훼손 ▲22조 2000억원의 예산낭비 등의 문제점을 들고 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철저한 검증’ 주문을 환영한다면서도 “향후 다양한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는 객관적인 검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감사원, 국회, 환경부, 국토부, 학회 등 파편화된 평가가 추진될 경우의 비효율과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특별법으로 4대강사업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법적 권한과 사회적 지지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검찰, 시민사회의 검증 작업이 향후 4대강 사업에 어떤 제동을 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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