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학범, 구영식지음/ 책보세




이 책은 30년 가까이 NHK 외신 기자의 삶을 살다 간 저자가 구술로 남긴 한국정치사 이면의 한 조각이다. 그의 증언을 보자면 정재계 실력자들과의 친분을 이용, 막후 정치 무대에서의 숨 가빴던 당시 상황이 마치 퍼즐에서 비어 있는 한 조각을 꿰맞추는 듯 생생하다. 특히 DJ 납치 사건의 배후가 결국 박정희일 수밖에 없었던 진실을 찾는 취재 과정과 증언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밖에도 그와 함께한 기자들, 5.16과 12.12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중요한 현대사의 취재 풍경이 외신 기자의 눈으로 그려지고 있다.

어쩔 땐 한 개인의 증언이 역사의 진실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직업이 기자라면 신뢰의 무게가 좀더 실린다. 한국 현대사는 어찌 보면 독재와의 싸움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려야 했고, 지금도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역사 기술을 놓고도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상 박정희 시대의 역사 문제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한외신 기자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의 한 조각이다. 어쩌면 그가 외신 기자의 신분이었기에 그나마 일부분의 진실을 기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30년 세월의 무게에 한 조각 한 조각 엮어진 그의 증언을 보자면 무언가 빠져 있었던 고리가 채워지는 그런 느낌이다.

일찍이 천학범 선생은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 미공보부에 취직해 리버티뉴스 제작에 관여하고 이때의 인연으로 한국시청각교육협회를 설립해 오랫동안 국민계몽운동에도 관여했다. 이후 동화통신, NHK를 거치면서 굵직한 우리 현대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는 천학범 선생의 숙소를 드나들며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과의 인연, 그 시절 동료 기자들, 막후의 정치 공작들, 5.16과 12.12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지근거리에서 취재한 진실들을 충실히 담아냈다.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