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지음/ 한겨레출판






‘영원한 청년작가’ 소설가 박범신이 2년여 만에 침묵을 깨고, 데뷔하고 만 4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들고 돌아왔다. 《은교》 이후 홀연히 논산으로 내려가, 고향 논산에서 최초로 쓴 것이 이 소설이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와 《비즈니스》에 이른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발언’을 모아 펴낸 3부작 중의 마지막 작품이 《소금》이다.

이 소설은 소금처럼 인생의 모든 맛을 담고 있다. 가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짠맛부터 첫사랑 ‘세희 누나’와의 추억의 신맛, 특별한 가족을 이루게 된 신세계라는 단맛, 시대적 배경과 함께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인생이라는 쓴맛, 그리고 돈의 노예로 빨대처럼 빨리며 살아가는 매운맛까지. 인생의 맛을 특별하게, 그러면서 이 책은 그 맛들이 모두 합해서 사람을 살리는 소금 같은 소설이 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p.150∼151)라는 글처럼, 이 책은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얻고 잃으며 부랑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과연 나의 아버지는 가출하고 싶은 아버지인가? 가족들이 가출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인가?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자식들을 위해 ‘빨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삶을 통해, 늙어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과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가족들의 희망과 미래가 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혼자 떨어져야 했던 선명우, 선명우의 가슴속에 언제나 있었다는, ‘첫 마음’을 고이고이 간직한 세희 누나,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염전을 하다가 소금 더께 위로 쓰러진 아버지, 핏줄이라는 맹목적인 관계가 아니라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우연한 사건으로 만나면서 특별한 가족이 되는 함열댁과 신애와 지애, 아버지가 사라지고 난 후 세상의 무서움을 알게 된 시우, 아버지의 희생으로 컸으나 아버지가 되기 두려운 시인인 나까지, 그들은 ‘소금’을 통해 만나고 헤어지고 바뀌면서 인생을 알게 된다. ‘소금’을 매개로 자신과 가족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고민과 함께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