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식 지음/ 은행나무





‘괴물’이라는 키워드로, 아름다운 고전명화에서부터 중세 종교화, 기기묘묘한 19세기 말 그림, 인간의 감각을 뒤흔드는 현대미술까지 미술사 전체를 살펴본 《괴물이 된 그림》(은행나무刊)이 출간되었다. 동서양의 신화와 현대 영화와 미술에 이르기까지, 괴물은 예술의 소재로 곧잘 사용되었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 모습에 매혹되어 왔다. 이 책은 화가들의 괴물 이미지에 대한 탐닉과 그림의 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국내 저자가 쓴, ‘그림 속 괴물’이라는 주제의 책으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림을 포함하여 100개가 넘는 도판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괴물은 단순히 외양이 흉측하고 위협적인 존재를 말하기보다는 나와 다른 것, 바깥 세계의 존재, 혹은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인 것을 일컫는다. 스스로 가늠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광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인간의 안팎에서 존재하며 인간에게 작용하는 불가항력의 힘이 괴물인 것이다. 따라서 그림 속에 나타난 괴물의 형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 내면과 바깥을 탐구하는 일이며, 동시에 인간의 문화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저자는 흔히 생각하는 ‘괴물’뿐 아니라 추상적인 존재가 화가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얻었을 때 발휘하는 힘에도 주목한다. 인간에게 ‘죽음’은 공포 그 자체였으며 화가들이 그린 죽음의 형상은 크로노스의 낫을 든 해골, 즉 괴물에 가까웠다. 또한 죽음은 도플갱어 전설을 빌려와 ‘자신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해골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사람들은 죽음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것에 안심하는 한편,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처럼 그림은 인간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그림이 화가를 유혹하고 그림을 보는 이를 홀린다. 인간의 상상이 화폭에 끌어내려졌을 때, 그 이미지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는 힘을 지니며 그때 그림은 괴물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전반에서 저자가 다루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예술 에세이 라인 ‘ART & ESSAY’의 첫 작품이다. 앞으로 예술 분야 전문 저자가 쓴, 주제의식이 독특하고 재밌는 에세이를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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