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논란’ 남북당국회담 무산… 해법은?

6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간 회담이 끝내 무산됐다. 수석대표급의 격을 싸고 남북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11일 북한이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면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 통보해와 회담을 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대표단 명단 교환에서 우리 측은 김남식 통일부차관을 수석대표로,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우리의 통일부장관에 맞는 인사를 수석대표로 내보내라고 요구했으나, 북측이 내세운 강 서기국 국장이 우리 측의 요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 위상 역할, 서기국장의 권한과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라며 "조평통에는 위원장이 공석으로 돼 있고 그 하위 직급인 서기국장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같은 직책으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장관이 아닌 차관을 명단에 올린 이유에 대해 "장관급 회담을 제의하면서 통일부 장관의 대화 상대가 통일전선부장이라고 강조했지만 북측은 통전부장이 단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시사했고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일부 차관이 우리 측 수석대표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써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했다. 따라서 12~13일 서울에서 열린 남북당국회담은 완전 무산됐으며 남북 양측도 이를 인정했다.

당국자는 "내일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이 급을 문제 삼아 파견 보류하면서 무산됐다"며 "북측도 무산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이날 판문점에 나와 있던 남북 연락관은 모두 철수했으며, 이번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으며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남북 당국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간 대화로 해결한다는 입장에 변함없고 북한이 성의있는 자세로 나와서 당국회담이 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12일 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 실망스럽다며 회담성사를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본질을 놓쳐버렸다"며 "기대가 컸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남북이 소득없이 자존심을 겨루는 대화가 아니라 실사구시(實事求是), 물실호기(勿失好機) 회담으로 한반도 새로운 화해협력시대를 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 말아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정부의 끈질긴 노력과 인내를 유감없이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도 한목소리를 냈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이라며 "일희일비하기보다 해방 이후 지속돼 온 분단과 적대적 대결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근본적 노력이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변인은 "정부가 천명한 `신뢰와 원칙` 속에는 당연히 지난 남북대화과정에 대한 존중이 포함돼야 한다"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통사 등 통일단체들은 12일 광화문 집회를 통해 "어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대 0으로 승리해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남북 당국자간 회담이 무산됨으로서 실망했다"며 "실망과 희망이 공존한 하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북당국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고사의 위기에 빠진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합의를 도출해내길 바랬던 국민들의 커다란 기대가 무위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것이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또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하며 서로를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내의 노력을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 7000만 겨레에게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방점을 `프로세스`가 아닌 `신뢰`의 구축에 두길 진심으로 당부하며 조속한 회담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의 진지한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불신프로세스 되지 않길 바란다"며 "모든 국민을 걱정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쟁으로 오늘 예정된 회담이 시작도 못하고 있다. 실망스럽다"며 "남북이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또 "남북 모두 자존심 버리고 회담 성사위한 접촉에 다시 나설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며 "북한도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 우리 국민에게 결코 좋은 인상 주지 못한다는 점을 환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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