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희 지음/ 해피스토리






한지는 그저 흘러간 옛날의 물건일까? 아니면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값비싼 상품일까? 한지(韓紙)는 한국(韓)의 종이(紙)다. 한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로, 닥나무 껍질 따위의 섬유를 원료로 한다. 오늘날, 한지는 조용한 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가짜’ 한지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진짜’ 한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평생을 ‘진짜’ 한지를 만들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이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한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전주’와 ‘안동’이다. 그러나 이 책의 배경은 전주와 안동이 아닌 ‘완주’다. 완주의 대승한지마을은 2010년, 한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좋은 물과 닥나무가 많은 소양면에 들어서 있다. 1935년 전까지만 해도 전주와 완주는 한 동네였기에 지금 전주한지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 지금의 완주한지인 것이 많다. 저자가 다소 생소한 지명인 ‘완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완주가 바로 장판지(장판을 만드는 종이)의 중심지이자, 과거 전주 한지를 대표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승한지마을에는 한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장인들이 모여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발뜨기를 할 수 있는 장인부터 유통과 제작에 힘썼던 장인까지, ‘초지공’이라 불리는 한지 장인들은 자신의 삶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총 10인의 초지공들이 소개되어 있다. 한지와 평생을 함께하며 한지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이들의 삶은 살아있는 대한민국 한지의 역사이며 기록이다. 국내 최초로 초지공들의 삶을 다룬 이 책은 독자들에게 한지가 지니고 있는 많은 역사와 스토리를 전달해 준다.

저자는 자신이 한지에 문외한이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오로지 한지에 대한 궁금증과 알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결국 한지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놓는다. 사람들에게 묻고, 배운 그 모든 이야기를 마치 일기처럼 담는다. 그렇기에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글에는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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