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김한민/ 민음사




고정된 틀을 깨는 강렬한 그림 소설 『혜성을 닮은 방』에서부터 만화로 배우는 동물 행동학 『STOP!』 시리 즈, 어린이를 위한 창작 동화 『사뿐사뿐 따삐르』에 이르기까지 그림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온 작가 김한민의 『그림 여행을 권함』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사진기 대신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는 여행자로서 지난 10여 년 동안 틈틈이 그려 온 그림들을 소개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여행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일상과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여행의 시간만큼 그림 그리기에 어울리는 시간도 없다. 그림 그리기는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자세히 보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바쁜 일상에 쫓겨 그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행지에서조차 일정에 쫓겨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눌러 대는 사람들에게, 그림 여행으로의 초대장을 슬쩍 내민다.

‘그림 여행’은 대가들의 명화를 찾아다니는 미술관 투어가 아니다. 작가 김한민에게 그림 여행이란 하잘것없어 보이는 낙서라도 직접 끼적이며 다니는 여행, 그림을 그리면서 긴장을 풀고 숨을 고르는 여행, 스케치북과 연필만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자신만의 속도로 발길 닿는 대로 낯선 곳을 어슬렁거리는 여행이다.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남미 페루에서 자동차 정비학교 교사로 일하고, 독일에서 떠돌이 작가로 체류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체험 속에서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작업만은 변함없이 지속해 온 작가 김한민은 지난 10여 년 동안 틈틈이 그려 온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여행을, 그리고 삶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그가 공개한 스케치북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분주함, 공항에서의 흥분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의 도시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의 여러 도시 풍광이 김한민 특유의 감수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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