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출범’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임기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최근 ‘지각’ 출범했지만 당초 목표에는 부족하다는 게 일바적인 평이다.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통합’, ‘영?호남의 지역화합’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질도 없지 않았다. 영남에선 오히려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대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각’ 출범했다. 
한광옥 위원장 등 18명 임명이 임명됐는데 캠프와 호남출신이 각각 7명이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최근 국민대통합위 인선을 발표했다.

인선안에 따르면 ▲위원장 한광옥(전북)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위원 김주영(경북) 소설가 ▲김준용(전북) 전 전국노동자협의회 사무차장 ▲김현장(전남) 전 광주 국민통합2012의장 ▲노승일(부산) 전 부마민주항쟁 부산동지회장 ▲배창호(대구) 영화감독 ▲법등(전북) 경실련 공동대표 ▲변승일(전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 ▲유중근(서울) 대한적십자사 총재 ▲윤주경(서울) 매헌 윤봉길 월진회 이사 ▲이일하(충남)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회장 ▲임향순(전남)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중앙회 총재 ▲차동엽(서울)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최재천(강원)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회원(전북) 포럼 ‘동서남북’회장 ▲한경남(충남) 전 전국노동단체연합 의장 ▲한재흥(서울)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홍순경(함북)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임명된 18명 가운데 7명이 호남 출신이다. 김준용 김현장 한경남 최회원 노승일 위원 등은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자다. 위원들의 출신 지역과 경력을 보면 나름 화합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한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은 대선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이다.

‘모양 갖추기’ 급급

하지만 위원회는 인선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잦았다.

인수위에 설치됐던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김경재 전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전 부위원장은 위원직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출신 호남 인맥, 1964년 ‘제1차 인민혁명당’ 사건 관련자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국민대통합 구상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들이 위원직을 고사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위원회 역할 축소와 위원 인선과정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당초 위원 40여명, 실무인력 80여명 수준으로 기획됐지만, 실제는 절반 규모로 줄어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역할했던 부산 출신 인사들의 소외도 지적된다.

여권 관계자는 “얼마 전 정오규 전 부산 선대위 사회통합본부장과 우주호 전 시민사회대책본부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위원 후보로 추천했다”며 “그런데 청와대 쪽에서 돌아온 대답은 ‘위원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장관급 수준의 명망가들이라서 곤란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과 호남향우회 표 얻기에 큰 역할을 했고 우 전 본부장은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와 우호적 관계 설정을 위해 뛰었던 대표적인 인사였다.

결국 청와대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실질적 역할 보다는 위원회의 ‘모양 갖추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선 과정 불만 증폭

국민대통합을 내세우기에 앞서 여권 내부 분열부터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이’ 대 ‘친박’으로 나뉘어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싸워왔던 모습이 이번 정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 정무라인이나 여당 당직이 철저히 친박 위주로 구성돼 야당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여권 내부 분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열음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절반’으로 쪼개져 시작되는 ‘국민통합위원회’가 어떤 행보를 걸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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