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절린 섄저 지음/ 김영진 옮김/ 서해문집





중세 유럽에서 유행병처럼 번진 마녀사냥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만한 마녀사냥을 꼽자면,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431년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가 마녀로 처형당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유럽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마녀사냥은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장소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졌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온 마녀사냥 중 가장 널리 알려졌고, 처참한 역사로 기록된 것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1692년 세일럼 마을의 마녀사냥’이다.

미국에서도 각종 수상 경력을 가진 유명 작가이자 삽화가인 작가는 이 사건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면서, 흑백과 붉은색으로 강조해 느낌을 살린 삽화를 더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기괴한 증상을 보이며 아파하던 두 소녀가 마녀를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이 한 마을을 집어삼킬 때까지 계속된 이 충격적 마녀사냥의 비극 속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세일럼 마녀사냥에서 희생된 마녀 혹은 희생자들은 마을에서 버림받은 사람이거나 마을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에 등장하는 마녀로 희생된 희생자 또는 마녀로 고발당한 사람과 고발한 사람, 마녀를 처벌한 음흉한 관리 등은 집단 히스테리에 빠진 사회를 역사적으로 잘 보여 준다.

세일럼 마녀사냥은 끝났지만, ‘마녀’라는 이름만 ‘이단’이나 ‘빨갱이’ 등으로 바뀐 마녀사냥이 역사 속에서 계속되었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왕따’와 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러니 또 다른 마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을 마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로절린 섄저의 이 신작은 우리를 괴이한 세계로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날카롭고도 간결한 문장 그리고 붉은 눈, 뱀의 혀, 마법에 홀린 사람 들이 담긴 삽화는 그야말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주문처럼 다가온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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