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운하 염두’ 4대강 ‘대국민 사기극’ 논란 확산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감사원의 발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는 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의 ‘이름만 바꾼 대운하’라는 감사 결과가 나오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입장을 번복한 감사원과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향한 비난도 거세다. 감사원의 경우 2010년과 2012년 두차례 실시한 감사 결과와는 다른 결론을 최근에 내놨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앞서 두 차례 모두 4대강 사업의 대운하 관련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국토부 역시 ‘정권 눈치 보기 처신’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대운하 계획 중단에 따라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가 대통령실의 지시로 다시 계획을 전면 수정해 대운하 수준으로 확대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정치권은 4대강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조사를 실시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정치적 부담이 따르지만, 국민의 의혹에 답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만 있으면 절차상 문제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입장 바뀐 감사원과 국토부

지난 10일 감사원이 “4대강 공사가 대운하를 감안해 진행된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공사는 나중에 대운하를 만들 것을 감안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2008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는 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이 추진됐지만 반대 진영은 이름만 바꾼 대운하라고 주장해 갈등은 계속됐다. 물론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은 줄곧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는 당시 청와대가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국토부가 마련한 4대강 사업안은 청와대의 개입으로 크게 바뀐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대국민사기’, ‘총체적 비리사건’이며, 정부가 앞장서서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른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정권 입맛에 따라 감사 결과가 바뀌는 감사원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1차 감사(2011년 1월)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이명박 정부 말인 2차 감사(올해 1월) 때는 “총체적 부실”이라며 결과를 뒤집었다. 그러다 지난 10일 3차 감사 때는 한발 더 나아가 ‘4대강은 외피일 뿐 내용물은 대운하’라고 밝혔다. 또 시공업체간 담합이 있었으며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담합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고까지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발언은 결국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태도와 관련해선 “감사원을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면서 대통령에 소속된 기관인 감사원은 대통령이 원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감사원은 ‘감사’라는 권한을 핑계로 행정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데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감사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며 “감사원이 진정한 독립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대통령 직속이 아니라 국민의 기관인 국회 산하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개헌사안이라 논의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과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 주무부터인 국토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지난 2008년 6월 여론 악화에 따라 대운하 계획이 중단되자 같은 해 12월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친수공간 조성 등을 목적으로 한 ‘4대강 종합정비방안’을 발표했다. 4대강 수심을 2.5미터 수준으로 유지하고 소규모 보 4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국토부는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2009년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통해 수심을 4~6미터까지 깊게 파고 수중보도 16개 설치하겠다며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청와대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뒤에 4대강 사업의 규모가 대운하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 건설 사업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감사원이 지난 1월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하자 이때만 해도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국토부 권도엽 장관은 “4대강 사업의 핵심시설인 보는 안전과 기능상에 문제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또 "이상 가뭄에 대비한 충분한 여유를 갖는 물확보 계획을 반영해 준설계획을 수립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감사원 2차 발표에 대해 국토부는 “존중돼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공사로 추진됐음을 인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적극 홍보하며 공사 규모를 4배 이상 확대했던 국토부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 비정상적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공사로 확대 추진되면서 당초 예산은 13조9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 중 준설사업의 경우 4대강 수심이 당초 2.5미터에서 4~6미터로 깊어지면서 사업비도 1조2400억원으로 4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눈속임 공사로 둔갑하면서 사업비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비뿐 아니라 사후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치수시설 관리에 650여억원, 16개 보 유지관리에 250여억원, 둔치 관리비로 450여억원이 든다”며 “그동안 국가하천에 대해선 유지관리 예산으로 600여억 원이 편성돼 있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게다가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이라곤 수자원공사 공무원과 하천 유지 관리 감시원 등 800명 정도에 불과해 자기 식구들 배 불리는 데만 집착했다”며 “수변공원을 조성하겠다던 약속도 모두 엉터리여서 정부가 조성한 234개 수변공원 중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은 큰 도심지 부근은 10곳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MB, 증인으로 출석해야”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공사 과정에서 입찰 담합 방조, 처벌 수위 경감 정황 등 각종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조원 넘는 대형 공사를 경쟁이 용이한 분할 발주가 아닌 일괄 발주 방식을 적용, 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GS건설ㆍ삼성물산ㆍ대림산업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담합을 방관하는 한편 이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1년 넘게 처리를 지연한 사실도 확인됐다. 게다가 처벌 과정에서 과징금 경감, 회의록 미 작성, 가중 부과 포기 등의 내용이 추가로 확인돼 유착의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당초 2억2000만㎥에서 5억7000만㎥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하천 준설량과 설계 당시 4개였던 소형보가 16개의 중대형 보로 추가 변경, 이로 인해 수심유지를 위한 비용 증가와 심각한 수질 오염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대형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을 공개하면서 정부 부처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4대강 공사 발주처인 전국 지방국토관리청에 대해 건설사 담합의 책임을 물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 건설업체와 정부 부처를 연관 지어 동시에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가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해 그만큼 심각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전직 국토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른 관계자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일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된 뒤 4대강 사업을 총괄했던 ‘4대강 추진본부’의 책임자와 실무자들은 연락두절인 상태이다. 국민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 한 채 정권 눈치만 살피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국토부가 이제는 또다시 새로운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스스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조속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국회국토교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며 “대운하 건설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4대강 사업에 22조원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 이명박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을 당초 여야 합의대로 조속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를 요구했다.

4대강 공사 입찰 관련된 담합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를 만약에 하게 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출석을 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이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적으로 주도해서 추진한 일이다. 대통령의 힘이 아니고는 이렇게 지금까지 진행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정조사를 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다 증인으로 불러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며 “왜냐하면 대운하 포기한다고 대통령이 국민한테 선언을 해놓고 한편으로는 은밀하게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그걸 했다면 엄청난 위법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국정조사가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전 교수는 “지난 3월 여야가 합의했던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통해 보의 안전문제, 담합비리, 설계부실 문제, 수질악화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관련자 책임 문책에 나서야 한다”며 조속한 국정조사 실시를 거듭 촉구했다.



사업 참여 업체들의 담합 의혹과 관련해 이 교수는 “불법 탈법의 소지가 많은 사업에 동원된 업체들이 정상적으로 비용을 책정하고 청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히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은밀한 곳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진 일을 밝혀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업체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인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출석에 앞서 누군가 먼저 나서야 한다. 청와대가 수호했던 발언 내용들을 확보해 배임죄 관련 여부를 묻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사회적 불신과 논란을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와 같은 선례도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혹에 답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만 있으면 절차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대강 사업이 감추어진 대운하사업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임기 중 잘못된 사업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를 시궁창에 쏟아 붓는 부실공사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무책임한 짓을 하지 못하게 임기 중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 4대강 사업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댐 만들려고 빚내서 돈을 펑펑 쓴 덕분에 올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만도 무려 3178억원이나 된다”며 “도대체 국민의 혈세가 쌈짓돈이나 된다고 착각을 한 것인지, 생각하면 할수록 비통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량 상품 외국에 수출?

한편 태국의 물 관리 사업에 한국 4대강 사업팀이 진출하는 관련해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4대강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수자원공사는 국내에선 경인운하에 해당하는 방수로 공사를 태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방수로 공사는 태국 6개 도시를 관통하는, 300킬로에 달하는 대공사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국장은 “4대강 사업은 그 목적을 찾을 수가 없고 추진 과정이 심하게 억지스러웠다”며 “게다가 현재 우리 국민들은 감사원의 발표에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외국에 수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은 명백한 불량 상품”이라며 “이걸 수출하면 건설회사의 위신도 문제되지만, 대한민국 국격도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태국에서 ‘4대강 수출’ 반대 운동을 벌였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염 국장은 “반대 운동을 한 적은 없지만,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격이 달린 문제이기에 매국행위라고 간주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국기업이 태국에서 4대강 사업 때처럼 생태계를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한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환경단체들의 임무이므로 이를 회피할 수는 없다. 다른 어떤 나라든 4대강 사업과 같은 공사를 한다면 환경단체로서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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