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지음/ 푸른길







“이제 더 사라지기 전에 내 기억과 사진의 기억을 함께 불러 세워 보기로 한다. 짧기 때문에 빛났던 첫사랑 같은 모로코, 훗날 온전히 그리워하기 위하여….”

어렴풋이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리라 점찍어 두었던 곳, 다녀온 뒤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리워지는 곳. 저자에게 모로코는 이렇다.

항상 사람을 중심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하고도 소중한 의미를 찾는 사진작가 김혜식의 모로코 여행기『무함마드 씨, 안녕!』이 다채로운 색감과 더불어 책으로 엮어졌다.

저자의 모로코 소개는 빨간 바탕에 초록별 하나가 가운데 그려진 국기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몰’ ‘극서(極西)’를 뜻한다는 모로코라는 이름의 나라는 지도상에도 아프리카 북서쪽 끝, 지중해 남서쪽 연안에 위치해 있다. 국민의 99%가 이슬람 교도이며, 무함마드 6세가 대를 이어 통치하는 입헌군주국, 일부다처제, 여성들의 히잡, 차도르, 부르카, 둥근 문, 수없이 많은 골목들… 등등.

저자 스스로 ‘나의 여행 중 가장 서툴렀던 여행’이라고 했듯이 별 준비 없이 사하라 사막이나 보자며 떠난 여행이었지만, 보름 동안 여러 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눈과 카메라에 고스란히 모로코를 담아냈다.

모로코의 문을 들어서자면 문 안이라 할 수 있는 ‘붉은 도시’ 마라케시를 시작으로 메르조가, 아틀라스 산맥, 사하라, 천년의 도시 페스, 영화 ‘카사블랑카’로 더 유명한 카사블랑카 등지를 저자는 때로는 힘에 겹고 때로는 유쾌한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풀어내며 기록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혜식의 사진 속 모로코 사람들의 모습은 지극히 정겹고 인간답다. 참으로 다채로운 색깔 가운데에 사람들이 들어 있는 듯, 아니 사람들 저마다의 색깔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들이다. 사람을 좋아하나 카메라는 낯설어하는 그들만의 문화적 정서를 이해해 가면서, 저자는 재회를 가능하게 하는 소통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사진이라고 말하며 서툴렀던 모로코와의 첫 만남을 기록하면서 다시 온전하게 다가갈 마음의 다짐을 되새겨 본다.

“이제는 솔직히 그립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 간다면 온전하게 모로코에 나를 맡겨 보리라고, ‘인샬라!’ 하며 내가 먼저 마음을 열리라고!”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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