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지음/ 돌베개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탈취 사건으로 불거진 프랑스혁명은 근현대 혁명의 맏형 이자 ‘원조혁명’으로 불린다. 200년도 더 된 프랑스혁명을 다시 읽는 일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프랑스혁명의 문화사』는 이 물음에 답하고자 중앙대학교 역사학과 육영수 교수가 쓴 대중교양서다. 육영수 교수는 2010년 『책과 독서의 문화사』로 그해 한국출판학술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중진 역사학자다.

프랑스혁명이야말로 상반된 두 해석 틀(마르크스주의 대 수정주의)이 상호 충돌하면서 역사해석을 더욱 풍부하고도 복잡하게 만든 대표적 사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간 학계의 지배적 이론이었던 정통(마르크스)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수정주의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펼쳐나간다. 그러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혁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정통주의적 시각과 달리 부정적 유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프랑스혁명의 민낯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여성, 흑인 등 역사적 소수자의 눈으로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프랑스혁명은 없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정답 없는 현재적 문젯거리를 항상 새롭게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프랑스혁명은 지적 모험가들이 탐험을 멈추지 말아야 할 미지의 엘도라도”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읽는 프랑스혁명의 다양한 모습이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프랑스혁명을 다룬 숱한 외국 저자들의 책과 달리 국내 저자의 순수 연구 성과물을 토대로 한 작업이므로 우리 독자들의 눈높이에 잘 맞춰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 더불어 부록으로 실린 혁명기행문과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한 컬러 사진들이 현장감을 더해준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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