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지식공작소




이 책은 격랑의 역사를 관통한 한 여인의 기억으로, 열여섯 살 때 한·일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李方子, 1901~1989)의 회고록이다. 이마사코는 일본 황족 나시모토미야의 딸로 일본 황태자비 물망에 올랐으나, ‘한·일 융화’라는 미명 하에 고종 황제의 세 번째 왕자 영왕(영친왕) 이은(李垠, 1897~1970)의 부인이 되었다.

 자신의 혼약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게 된 운명의 여인 이마사코는 뼈아픈 망국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일본인이자 한국인으로, 황족이자 평민으로, 애틋한 아내이자 애끓는 어머니로, 몰락한 왕조의 마지막 황태자비로 살아온 파란의 삶을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자전기록이 많지 않은 대한제국 황실역사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직접 증언이다. 특히 일본의 우경화가 우려되는 요즘, 망각해서는 안 될 우리 과거사의 한 단면을 증언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다. 자신이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영왕 부부의 파라만장한 일생은 우리 민족 근세 수난사의 일부이며 미래의 한국인과 한일관계에 던지는 소리 없는 질문이 되고 있다.

이 책은 1984년 5월 14일부터 10월 24일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된 <세월이여 왕조여>를 기본 텍스트로 하고, 이후 황손 이구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2005년까지 조선 황실의 근황을 정리하여 보완했다. 또한 일반인에게 생소한 대한제국 황실을 이해하기 쉽도록 조선왕실 가계도와 당시 양국  궁궐 지도, 이방자 연표, 참고문헌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대한제국 황실을 증언하는 기록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데, 이 책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로서 고종과 순종 황제, 순명효황후(윤비) 등 역사의 회오리바람 속에 놓인 황실 인물을 직접 겪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의  마지막 황실 연구 자료로서 그간  나온 여러 가지 회고록의 오류를 바로잡고 인간 이방자의 생생한 고백을 통해 역사 속의 인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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